[더팩트ㅣ김시형 기자] 비자금으로 국회의원을 '쪼개기 후원'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현모 전 KT 대표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김한철 판사는 11일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는 구 전 대표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구 전 대표와 함께 기소된 KT 전현직 임원들도 200만~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구 전 대표 등은 CR팀 임직원들의 부탁을 받고 KT의 자금을 국회의원들에게 기부해 횡령한 것으로 회사 내 지위들에 비춰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들이 사실관계 자체를 인정하고 있고 KT가 입은 피해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반납으로 회수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들이 KT 자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닌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함께 기소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중복돼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구 전 대표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서로 구성 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범죄로서 상상적 경합이 아닌 '실체적 경합'으로 봄이 타당해 공소 기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구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5월~2017년 10월 상품권을 사들인 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99명에게 약 4억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구 전 대표 등은 임직원에게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금액을 나눠 후원회에 입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0만원, 업무상 횡령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받았고, 지난 7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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