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앤스타

기술 지도 어긴 문화재 수리기사 이중 자격정지…법원 "정당"

  • 사회 | 2023-10-08 09:00

"기술지도 불수용으로 안정성 취약"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더 커"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감리업자 등의 기술지도를 따르지 않고 기준을 위반해 시공한 문화재 수리기사에 대한 자격정지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감리업자 등의 기술지도를 따르지 않고 기준을 위반해 시공한 문화재 수리기사에 대한 자격정지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감리업자 등의 기술지도를 따르지 않고 시공한 문화재 수리기사의 자격을 정지한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강동혁 부장판사)는 지난 8월 11일 문화재수리기사가 문화재청을 상대로 낸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문화재청은 2018년 11월 19일 문화재 수리기사 자격을 보유한 원고 A씨가 대표로 있는 주식회사 B사와 한 성곽복원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B사는 이듬해 2월 성곽의 30~35구간의 시공에 착수했다.

2022년 1월 7일 문화재청은 공사구간에서 설계도서를 위반해 시공했다는 이유 등으로 A씨에게 문화재수리기술자 자격정지 45일 처분을 내렸고, 불복한 A씨는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당초 설계도서에 충실하게 시공을 진행했고 원형 특성을 유지하면서 기술적 보강을 해 구조적 안전성을 강화했다"고 반박했다. 또 "문화재청에서 7개월의 입찰참가자격제한처분을, 경기도지사에게 3개월의 영업정지처분을 받았는데 이중 제재는 가혹하다"며 문화재청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주장했다.

복원공사 시방서에는 '공사 시행 시 성벽 높이, 축성기법, 보존구간, 성곽단면 보충석재 등 공사전반에 대해 관계전문가의 기술지도를 받아 공사를 추진하고 공사 시공 시에는 반드시 일정구간을 시범 시공해 관계전문가와 기술지도 담당자의 현지 자문을 받아 그 결과에 따라 시공하고 자문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도록 한다'고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복원공사의 감리업자는 2020년 11월 20일과 11월 26일 성곽 지대석 하부면과 지면 간 틈새가 없도록 최대한 정착시켜달라며 재시공을 지시했으나 A씨는 11월 24일 "빈 곳을 잡석을 이용해 쐐기를 박아 동결융해 피해 원천 차단했다"는 한 차례 회신만 보내고 지시를 거부했다.

기술지도 자문위원이 2020년 12월 2일 "원형 및 설계도서와는 상이하게 시공돼 있으므로 재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서를 작성하자 문화재청은 A씨에게 재시공을 명령하기도 했다.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감리업자 등의 기술지도를 따르지 않고 기준을 위반해 시공한 문화재 수리기사에 대한 자격정지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또 현장대리인의 책무 사항은 '공사 현장에 상주해야 하며 업무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현장을 이탈할 경우 담당원의 승인을 받는다'고 돼 있다.

그러나 2020년 11월 16일 두 차례 현장 점검 당시 A씨는 아무런 보고 없이 현장에 없었고 어디 있는지 파악되지 않았다. 같은 달 20일 인부들이 언쟁을 벌이는 등 소동도 있었지만, A씨는 한참 후에 나타나 인부들을 중재했다.

법원은 "풍부한 식견을 갖고 있는 기술지도 자문위원들이 의견을 제시했고, 문화재수리업자는 특별한 사정 없으면 이런 기술지도를 따라야 했다"며 A씨의 주장을 배척했다.

재판부는 "A씨가 설계도서와 다르게 지대석 하부에 잔골재를 과다하게 사용했는데, 이는 구조적 안정성에 취약하다"며 "그럼에도 거듭된 시정요구를 따르지 않았고, 사전에 충분한 자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은 A씨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문화재청의 재량권 남용, 이중 제재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기술지도 불수용으로 공정이 지체됐고 구조적 안정성이 취약해졌던 것으로 볼 수 있어 비난 가능성이 낮지 않다"며 "이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은 A씨의 사익과 비교하더라도 결코 작지 않고, 처분의 근거 규정 및 목적이 다르므로 중복 불이익을 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chaezero@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