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육아휴직 12개월서 18개월로 연장
돌봄시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관행 필요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한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첫 번째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드대 명예교수는 유엔 인구 포럼에서 한국을 '인구소멸 국가 1호'로 지목했다. 당시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1.13명이었다.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 17년이 지난 현재 저출산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 5월 다시 한국을 찾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심포지엄에 참석해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동아시아에서 두드러진다"며 "이대로라면 한국은 2750년 국가가 소멸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막대한 15년 동안 약 300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지만 해마다 출산율은 감소했다.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제대로 이행되지 못 하는 실태를 살펴본다.
◆ 육아휴직 기간 확대…직장인 절반 "그림의 떡"
정부는 내년에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안 15조4000억 원을 편성했다. 일·육아 병행 예산은 올해 1조 7985억 원에서 2조 1534억 원으로 늘렸다. 육아휴직 기간은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을까. '육아휴직' 제도가 시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용에 눈치를 보는 직장인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사무금융우분투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남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45.2%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5인 미만, 30인 미만 사업장 등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육아·돌봄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높아 중소기업 직장인의 상황이 더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육아휴직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 맞벌이 부부들은 이를 반기면서도 현실성 있는 시행 계획이 담보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4살 아이를 키우는 30대 직장인 A 씨는 "회사 전체 직원이 50명이 안돼 눈치보여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렵다"면서 "육아휴직에 들어가도 연봉 인상이나 승진은 포기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퇴사
기업의 육아휴직자는 매년 증가 추세지만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복귀 후 1년 내 회사를 떠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지난 5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기업 규모별 육아휴직 고용 유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소기업(300인 미만) 육아휴직 종료자의 1년 내 고용유지율은 71.1% 수준이었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직장을 퇴사한다는 얘기다.
반면 같은 기간 300인 이상 대기업은 고용보험 유지율이 88%로 17%P 차이가났다.
임 의원에 따르면 관계 당국은 육아휴직자의 퇴사 원인 통계는 따로 산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의 고용유지율이 대기업보다 낮은 원인을 근무 조건과 낮은 임금, 업무 연속성 등으로 보고 있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근로자가 임금 삭감·해고·동일업무 복귀 위반 등 불리한 처우를 받은 건수도 2018년 137건에서 지난해 223건으로 늘어났다.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원 35주년 세미나에서 "경력 단절적인 육아휴직을 확대하기보다 돌봄 수요가 발생할 때 시간을 유연하게 사용하게 하는 규범과 관행을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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