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신목초 교사 사망
동료교사, 학부모들 추모 행렬
[더팩트ㅣ황지향 인턴기자]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스쿨존이 근조화환으로 가득 찼다. 등교하는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소리 대신 한숨 소리가 조용한 골목을 채웠다.
이날 오전부터 신목초에는 검정색 옷을 입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A씨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교문에는 화환과 메모가 가득했다. 골목까지 채워진 화환은 이날 오후까지도 끊임 없이 배송됐다. 골목에 자리가 부족해 학교 운동장 한켠을 차지하기도 했다.
신목초 교사들은 '학생에게는 학습권을, 교사에게는 교육권을'이라는 현수막을 정문 옆에 걸었고 교직원들은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100m 남짓 되는 길목의 화환과 현수막을 본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 했다. 특히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함께 추모하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딸과 함께 방문한 이곳을 찾은 한 학부모는 "한 초등학교에서 청소일을 5년째 하고 있다. 눈으로 직접 교사들이 힘든 걸 지켜봐서 잘 안다. 그래서 찾아오게 됐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과 함께 추모 공간에 오기 위해 가정학습을 신청했다는 또다른 여성은 "악성 민원이 너무 많이 퍼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A씨는 14년 차 교사로 올해 3월부터 6학년 담임을 맡았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6학년 아이들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반항하는 경우가 있었고 교사를 탓하는 학부모 민원까지 겹치면서 1학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연가와 병가를 냈다고 한다"고 밝혔다. A씨가 추락한 날은 마지막 병가 날로 알려졌다.
동료 교사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다른 학교에서 근무 중인 교사 B씨는 "서이초는 도저히 갈 용기가 안 나서 못 갔는데 서이초 교사의 49재이기도 하고 계속 반복돼 오늘은 용기 내서 와보게 됐다"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공교육이 하루빨리 정상화됐으면 좋겠고 (학교가) 선생님들도 아이들도 다 안전하고 즐겁게 교육받는 현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 C씨도 연신 눈물을 훔치며 "서이초 사건 이후로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기를 바랐는데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정말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교사들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느끼는 압박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선생님께서 아픈 선택을 하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단호하고 엄정히 확인하겠다"라며 "사망과 악성 민원과의 관련성이 확인되면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과 경기도, 전북 군산에서 교사들이 연달아 숨져 교권 보호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이날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를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 앞과 각 시·도 교육청 등 전국에서 교사들이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등 집단행동을 할 예정이다.
hy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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