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부승찬·김종대 등 송치
부승찬 측 "두 사람 다 왔을 수도…CCTV 공개해야"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경찰이 역술인 천공이 관저 이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담긴 책을 편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과 방송에서 의혹을 제기한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을 수사한 결과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각 부 전 대변인과 김 전 의원을 송치했다. 뉴스토마토 기자 4명은 송치, 김어준 씨와 한국일보 기자는 불송치 결정했다.
역술인이 대통령 관저 이전에 개입했다는 의혹 자체가 정치적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던 내용이라 실체적 진실에 관심이 쏠렸다. 대통령실이 사실무근이라며 고발장을 접수할 때부터, 천공이 방문한 사실은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종결까지 순간마다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실 직접 대응…우상호·장경태 이어 형사 대응
시작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의원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방부 고위관계자에게 '사실은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천공이 나타났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천공과 공관을 둘러봤다는 내용이다.
대통령실은 "김 처장과 천공이 일면식이 없으며 천공이 공관을 둘러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전 의원과 방송 진행자인 김어준 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1월 김 전 의원을 조사했다. 경찰은 당장 압수수색을 벌이지는 않았다.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대통령실이 추가 고발장을 내면서다. 부 전 대변인은 지난 2월 본인 저서 '권력과 안보'를 통해, 지난해 4월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 '천공이 공관을 다녀간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했다고 밝혔다. 부 전 대변인은 김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낸 바 있다.
대통령실은 부 전 대변인과 해당 저서 내용을 보도한 뉴스토마토, 한국일보 기자 등을 추가로 경찰에 고발했다. 부 전 대변인이 책을 통해 의혹을 제기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도 적용해 고발장을 냈다. 고발장을 내며 적극적으로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한 셈이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의혹 등 관련 내용이 언급될 경우 형사고발을 하며 직접 대응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발장을 받아 수사를 벌인 경찰은 지난 4월 우상호·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여사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송치했다.
◆4TB 분량 CCTV 분석…"천공 등장 영상은 없다"
추가 고발장을 받은 경찰은 지난 3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서울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하며 출입 기록 등을 확인하는 등 실체 확인에 나섰다. 당시 공관 CCTV 확보해 분석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을 들였다. 다만 일부 시간대 영상이 누락된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4TB 분량 CCTV 영상에서 천공은 나오지 않았다. 삭제나 인위적 조작은 아닌 걸로 판단했다. 3월 모든 날짜 영상을 확보해 분석했으나 복원이 어려워 일부 누락된 시간대는 있었다.
경찰은 CCTV 영상을 분석하고 관련자 조사를 벌인 뒤 천공이 아닌 풍수전문가 백재권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가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TF) 팀장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 부팀장 김 처장과 당시 공관 등을 방문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천공은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참고인 신분이었고 의혹과 관련이 없다는 답변서로 갈음했다. 경찰은 당시 군 관계자가 백 교수를 천공으로 오인했고, 남 총장에 보고돼 부 전 대변인까지 전달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 전 대변인을 상대로 총 네 차례 피의자 조사를 벌였다. 수사 과정에서 천공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고 적은 일기장 원본을 제출할지를 놓고 수사팀과 의견이 오가기도 했다. 다만 일기 파일 최종 저장 일시가 적힌 부분을 캡처해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천공 아닌 백재권"…부승찬 "둘 다 가능성도"
경찰이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며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부 전 대변인 측은 천공과 백 교수 모두 공관 등을 방문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CCTV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 전 대변인 법률대리인 고부건 변호사는 1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천공은 통상 흰 옷을 입는데 백 교수는 까만색 옷을 입었다고 한다면 오인하기는 어렵다. 수염이 비슷하다는 것인데 백 교수도 불러 조사해야 하며 두 곳만 갔는지 다른 곳도 갔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부 전 대변인 측은 지난달 23일 백 교수를 군사시설보호법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울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배당했다. 향후 동대문서는 서울청 수사 기록을 넘겨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 변호사는 "경찰은 백 교수를 천공으로 오인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백 교수에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이라며 "실제 오인할 만한지, 오인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도 확인돼야 한다. 명예훼손죄도 법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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