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검, 내달 4일 출석 통보
쌍방울 800만 달러 놓고 공방
'쪼개기 후원'·'사법방해'도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내달초 출석을 통보하면서 조사의 초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내달 4일 이 대표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경기도를 위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관여 여부를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측근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구속 기소)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과 법정 증언에서 관여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당시였던 2019년 불거진 일이다.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이 '경기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이재명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지급하는 데 개입했다는 것이다.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제3자 뇌물' vs '쌍방울 계약금'
이 전 부지사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추진을 요청했다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도 7~8월 이 전 부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비슷한 취지로 증언하면서 "이 대표가 대권후보로 유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북송금이 있을 때 이 전 부지사에게 보고하거나 김 전 회장과 통화하도록 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검찰은 확보한 증거물 등을 토대로 이 대표가 총 8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이 대납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최근 제3자뇌물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로 입건했다. 형법상 제3자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제3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하거나 공여를 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는 범죄다.
이 대표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한다. 특히 800만 달러의 성격을 놓고 정식 조사 전부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성태가 이재명을 위해 2019년 800만 불을 북한에 대신 내줬다는데 2020년 3월 쌍방울이 김성태와 도지사가 참석하는 마스크 10만 장 전달식 개최를 요청했으나 거절하고 100억 뇌물 주고도 공식만남이나 인증샷도 못하는 사이라니, 줄거리가 너무 엉성하다"라고 비꼬았다.
민주당 역시 검찰이 대북송금의 핵심 증거로 주장한 스마트팜 사업비용 500만 달러는 쌍방울 내부 자료 등을 통해 쌍방울의 대북사업권 체결 합의금으로 드러났다는 입장이다. 이 전 부지사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쌍방울 최고재무담당자 A 씨가 북한에 500만 달러를 준 이유에 대해 "경기도가 북한에 빚을 지고 있으니까 쌍방울이 갚아주겠다는 게 아니고 쌍방울이 조금 더 경영권과 관련된 사업권을 가져오는 게 의도였다"라고 증언한 점도 근거로 삼는다.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또한 북한에 보낸 500만 달러가 쌍방울과 북한의 경제협력 계약금 성격도 있다고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이 최근 법정에서 주장한 '쪼개기 후원금'도 조사 대상이다. 김 전 회장은 22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공판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1억 5000만 원을 이 대표 측에 기부했고 이는 (쌍방울그룹) 직원 등 여러 명의 이름을 쪼개는 방식으로 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 대표의 2018년 경기도지사 경선 때와 2020년 3월 이 대표의 모친상 때 각각 수천만 원과 100만 원 부의금을 각각 후원하고 전달했다고도 주장했다. 경선 후보자 기부 한도액은 최대 1000만 원으로 쪼개기 방식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저촉될 수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경조사비는 5만 원까지다.
'사법방해 의혹'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최근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재판이 파행을 겪자 사법방해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판이 변호인단 문제로 한 달 넘게 공전하는 상황이 이 전 부지사의 입을 막기 위한 시도라고 의심한다. 검찰은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내달 4일 출석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최고위원은 지난달 13일 이 전 부지사 최측근인 민주당 관계자 이모 씨를 만나 "이 전 부지사와 관련해 당이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라고 말하고, 이 씨를 통해 이 전 부지사 배우자와 통화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대표 비서실장인 천준호 의원도 같은 날 출석을 통보했다. 천 의원은 경기도 대북사업 공문 유출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다만 두사람 모두 참고인 신분이라 이날 출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출석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 대표는 그동안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1번,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으로 2번, 백현동 특혜 의혹으로 1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다만 검찰은 내달 4일 출석을 통보했지만 성사될지는 지켜봐야한다. 이 대표는 애초 국회 본회의가 없는 내달 11~15일 출석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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