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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납치·살해 주범 이경우 "살해의도 허위 자백했다"

  • 사회 | 2023-08-24 19:01

"살인 염두" 자필 메모 부정…황대한 이어 진술 번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이경우(36,왼쪽), 황대한(36), 연지호(30) 등 7명의 6차 공판을 열었다. /남윤호 기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이경우(36,왼쪽), 황대한(36), 연지호(30) 등 7명의 6차 공판을 열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가 형량을 언급한 수사관의 말을 듣고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허위 자백했다고 증언했다. 이경우는 강도만 인정하고 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상태다. 검찰은 이경우가 지목한 수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1일 강도살인 등 혐의를 받는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등 7명의 6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이경우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경우는 '살인을 염두하지 못했다고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구치소 자필 메모를 놓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사망했기에 그렇게 써서 수사기관에 얘기한 것이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며 "메모는 수사를 받으며 일부러 혐의점과 맞게 쓰려 사실을 왜곡해 거짓으로 쓴 부분이 많고 자백을 결심했을 때부터 거짓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관이 살인 인정을 안하면 어떻게 된다는 식으로 강요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이경우는 "강요는 아니지만 수사기관에서 수차례 그런 식의 말을 들었다. (수사관이) 형량을 언급하기도 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경우에게 "경찰 조서 7건, 검찰 조서 5건, 자필 진술서도 있고 검찰 조사가 녹화된 영상도 있다"며 "조사한 내용들이 모두 거짓 자백이라는 건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경우는 "수사관의 말 때문에 허위 자백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이경우가 경찰 수사관의 실명을 언급하자 검찰은 곧바로 "수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해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유상원·황은희 부부와 피해자 간 갈등 상황 역시 "서로간 금전 원한관계를 나타내고 싶어서 일부러 메모에 쓴 것"이라며 "부부와 (범행) 접점을 찾아야 하고 수사기관에서 원하는 답을 말하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는 피해자의 권유로 가상화폐(코인)를 구매했다가 손실을 보자 이경우 등을 통해 범행을 계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경우가 황은희에게 피해자 측과의 갈등을 언급하며 "없애버릴까요"라고 말한 문자 내용을 들어 "유씨 부부를 위해 불법행위를 서슴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이경우는 "실행 의도 없는 말뿐인 얘기였고 부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할 수도 없는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강남 납치 살인범 이경우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강남 납치 살인범 이경우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남윤호 기자

범행 주범도 자신이 아닌 황대한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우는 "황대한이 제게 피해자의 코인을 강제로 뺏자고 먼저 제안했고 피해자를 미행할 때 차량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도 황대한"이라고 말했다.

살인 책임도 모두 황대한에게 돌렸다. 이경우는 "저는 코인만 뺏으려고 했고 피해자를 분명 살려주려고 헀는데 황대한이 사고를 쳐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며 "황대한이 피해자를 납치할 수 있는 중국인 인맥을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황대한은 이경우가 범행을 주도했다는 입장이다. 황대한은 지난 21일 4차 공판에서 "범행 시작부터 끝까지 이경우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이경우의 허락을 맡았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범행을 말렸다고도 주장했다. 이경우는 "황대한이 연지호 등과 함께 피해자 사무실 앞에서 미행하는 것을 보고 '야 이거 될 것 같냐, 하지 말자'고 했다"며 "그러나 황대한이 상관 없다며 자기가 알아서 코칭했고, 이 범행에서 다 그들이 의욕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지시할 일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경우·황대한·연지호는 유상원·황은희 부부의 사주를 받고 지난 3월29일 오후 11시49분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피해자 A씨를 차로 납치해 마취제를 주사한 뒤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에 암매장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25일 열린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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