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변호인, 재판부 기피신청서 내고 "사임하겠다"
"'이재명 보고' 진술 번복 검찰·김성태 회유 때문" 주장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재판이 또다시 파행됐다. '해임 논란'이 벌어진 법무법인 해광 대신 출석한 다른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이 재판 중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다.
이 전 부지사의 변론 자격 등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간 고성으로 공방이 벌어지고, 변호인이 이 전 부지사 동의 없이 재판부 기피신청서 등을 제출한 뒤 재판 도중 퇴정하는 등 아수라장이 돼 버렸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8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4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달 25일 공판에서 "해광의 해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해광 측 변호사는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출석하지 않으면서 법무법인 덕수가 대신 출석했다.
◇ 이화영 "해광 출석한 상태서 재판 진행 원해"…검찰 "재판 지연 의도 의심"
이 전 부지사는 이날 공판에서 배우자가 해광 측 변호사에 대한 해임신고서를 낸 것은 "제 입장을 오해한 것"이라며 "10개월여간 시종일관 저를 위해 성실하게 변론해 온 해광의 변호를 계속 받고 싶고, 해광에 대한 신뢰도 유지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면 입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다음 기일에 해광 변호사 두 분과 함께 정상적으로 재판을 진행했으면 한다"며 "그때까지도 의견 조율이 이뤄지지 않으면 재판부의 절차에 따르겠지만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재판 지연 의도'를 의심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가족 간 견해 차이 등 외부 상황으로 인해 재판이 약 한 달째 공전되고 있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굉장히 당혹스럽고, 피고인 쪽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부지사는 "재판을 지연할 부적절한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 '이화영 변론 자격' 놓고 검찰 vs 변호인 공방…재판부까지 고성
검찰은 해광 대신 출석한 법무법인 덕수에 대해 "공판에 출석해오긴 했으나 기록을 검토하지 않았고, 피고인과의 접견이 원활하지도 않았다"며 "과연 피고인의 이익과 의사에 맞는 정상적 변론이 이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대표변호사는 "변호인이 피고인 의사를 대변하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는 것이 말이 되나. 당신이 변호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검찰은 "검사에게 당신이라니"라고 맞받아치는 등 공방이 벌어졌다.
김 변호사는 검찰이 '국선변호인 선임'을 언급하자 "제가 버젓이 법정에 나와 있고 사임하지 않았는데 제가 무슨 유령인가. 국선변호인을 언급한 건 변호권 침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지난달 25일 공판에 불출석한 것도 문제 삼으며 "왜 무단으로 나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고, 이에 김 변호사는 "당신이 학교 선생님인가. 변호인이 항상 출석할 의무가 없는데 왜 무단이라고 표현하느냐"며 재차 설전을 벌였다.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재판부 역시 고성을 높이기도 했다.
◇ '이재명에 보고했다' 진술 번복…"검찰·김성태 회유 때문"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입장을 번복했다고 알려진 '이재명 대표에게 대북 송금 사실을 보고했다'는 진술에 대해 "검찰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 전 부지사가 300만불의 대북 송금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 조서는 오랜 시간 검찰과 김성태 전 회장의 회유와 협박으로 이뤄졌기에 증거 능력이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검찰에 진술한 내용을 다시 번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전 부지사의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경기도 부지사가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하는 데 도와줄 수 있는 직무적인 권한이 없다"며 재차 부인했다.
◇ 변호인, '재판부 기피신청서' 내며 "사임하겠다"…재판 도중 나가
변호인은 급기야 재판부 기피신청서까지 제출했다. 김 변호사는 "뇌물 혐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내용인 대북 송금으로 6개월간 재판을 하고 있고, 공소장에 없는 내용으로 계속 증인 신문을 하는 등 전무후무하게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곧이어 김 변호사는 "재판에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변호할 여력이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후 재판 도중 스스로 퇴정했다.
그러나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사임은 제 의견이 아니고, 증거의견서 및 재판부 기피신청서도 읽어보지 않았고 조금 전에 처음 들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동의하지 않으면서 제출된 기피신청서와 증거의견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당초 예정됐던 김성태 전 회장의 증인신문 중 검찰 측 주신문만이라도 진행하려 했으나 김 변호사가 재판 중 사임서를 내고 퇴정하면서 이 역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판부 입장에서 지난 기일에 이어 오늘 재판도 공전돼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향후 재판은) 최악의 경우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다음 공판은 22일 열린다. 이날 김성태 전 회장과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증인 신문이 예정돼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에 관여하고 법인카드와 차량 등 약 3억 원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건넨 800만 달러 중 500만 달러는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 300만 달러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비 대납으로 보고 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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