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아들 가방에 녹음기
법원서 증거능력 인정 가능성
전문가들 "교권침해 넘어 인권침해"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특수교사 고소 논란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주씨가 발달장애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려던 것까지 드러났다. 주씨는 "아이가 지속적으로 불안해 해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교권침해 우려도 불가피하다.
2일 교육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주씨는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취한 내용을 아동학대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재판서 증거 인정되기도
통신비밀보호법 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사람이나 이를 누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화의 비밀 자체가 보호법익이기 때문에 대화자와 신분관계가 있거나 대화 내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도 일반적인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위법 소지가 있지만 몰래 녹음 행위는 아동학대 사건을 적발하는 데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8년 3월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전학 온 피해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맛이 갔다"는 등의 폭언을 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행위는 부모가 등교할 때 가방에 넣어준 녹음기에 담기면서 발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는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담임교사인 A씨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부모는 A씨의 학대 행위에 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녹음을 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거능력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형사 사건의 경우 절차적 정의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따진다"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 아이는 피해를 당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한데, 아이가 입을 닫으면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 전문가들 "아동학대 방지 도움 안 돼"
반면 교사들은 학부모의 몰래 녹음 행위 때문에 수업권이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20년차 특수교사인 B씨는 "학부모들이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수아동의 경우 '도전행동'(장애 학생 본인 및 주변 사람에게 현저한 위험을 주거나 학교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언성을 높이는 등 즉각적인 표현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늘 차분할 순 없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가 교사의 발언을 녹음하는 게 허용되고 법원에서 (녹음이 아동학대의 혐의의)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면 교사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질 것"이라며 "소극적인 수업 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도 행동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런 경우만 녹음해서 맥락을 다 자르고 '화를 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한다면 이는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전문가들도 이같은 행위가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CCTV에 녹음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 있는데 반대했다"며 "학부모들은 아동학대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녹음이 허용돼 학부모가 교사를 감시할 수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교사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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