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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헬멧 온도 60도…배달노동자에게 쉼터란?

  • 사회 | 2023-07-18 00:00

성동 배달노동자 쉼터 가보니
배달원, 택배기사, 검침원 등 이용
"쉴 틈 없지만 굉장히 중요한 공간"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한 택배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한 택배기사가 물품을 배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여기 배달노동자 쉼터 앞인데요, 어디세요?"

지난 14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성동구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 헬멧을 쓴 배달노동자가 쉼터 앞에서 전화로 음식을 주문한 고객에게 이렇게 물었다. 곧 여성 직장인이 음식을 받아들었고 배달 노동자는 음식을 건네자마자 노동자 쉼터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쉼터에서도 쉴 짬이 없는 배달 노동자들. 하지만 이들에게 쉼터의 존재는 가뭄의 단비같다.

이곳은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다. 성동구가 조성해 12일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0시 개관 시간에 맞춰 찾은 쉼터 첫 인상은 '그리 넓지는 않다'는 느낌이었다. 이른 시간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면적 50㎡ 공간에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는 이동노동자를 위한 안마기와 대형 소파, 1인 좌석, 업무용 컴퓨터를 갖춘 공용 휴게공간과 음료 냉장고, 얼음정수기, 전자레인지, 개수대 등이 갖춰져 있었다.

점심시간에 가까운 11시가 되자 입주 회사가 많은 상가 특성상 쉼터 앞을 오가는 배달노동자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배달주문이 평소보다 2~3배 늘어나는 장마철이라는 계절 특성도 발걸음을 바쁘게 만든다. 전날부터 서울에 강한 빗줄기가 이어진 만큼 다들 분주한 모습이었다.

배달 피크타임까지는 쉼터를 이용하는 배달 노동자는 찾기 힘들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갈 즈음 마스크를 쓴 남성 노동자 1명이 쉼터에 들어와 명부에 소속과 이용 시간을 쓰고는 바로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집어들었다. 그는 "수고하세요" 한 마디를 남긴 채 1분 만에 문 밖으로 향했다.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필수노동자들. /성동구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정원오 성동구청장과 필수노동자들. /성동구

쉼터를 바라보는 호기심 어린 눈길은 뚜렷했다. 점심 시간이 끝난 오후 상가에 입주한 직장인들이 쉼터 앞을 지나가면서 "입주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쉼터가 생각 만큼 북적이지 않는 이유가 있었다. 전성배(38) 라이더유니온 서울지부장은 "비오는 날이라 (배달 노동자들이) 더 그렇다"며 "비 오는 날은 배달단가가 2배 높다. 예전에는 50% 차이였는데 요즘은 단가가 높아지다 보니 비 오는 날이 평소보다 더 휴식할 틈 없이 바쁘다"고 설명했다.

김문성(53) 배달플랫폼노동조합 북부 지회장은 "우리도 건강권과 휴식권을 말하지만 이동 노동자들에게 휴식은 일당을 깎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쉬라 해도 안 쉰다. 내가 쉬는 만큼 돈벌이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쉼터 조성에 앞서 라이더 조합과 택배노동조합, 돌봄노동조합 등 실제 이용자들이 참석한 간담회를 열었다. 일반 노동자처럼 '쉼터는 앉아서 쉬는 공간'이라는 관점은 배달노동자의 실정을 모르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모여서 회의할 수 있는 공간 등 배달노동자 '니즈'에 맞는 기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쉼터에 비치된 생수. /장혜승 기자
배달원, 택배기사, 도시가스 검침원 등 근무 중 대기하거나 쉴 공간이 필요한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성동구가 조성한 성동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가 12일 문을 열었다. 쉼터에 비치된 생수. /장혜승 기자

그래도 쉼터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폭염이 심할 때는 헬멧 온도가 60도를 넘는다. 배달 종사자들에게 휴식은 건강, 나아가 생명과 직결된다. 쉼터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잠시라도 편하게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여름철에는 생수도 각별하다. 전성배 지부장은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배달 노동자들에게는 '생명수'"라고 강조했다.

성동구는 노동자들이 회의 등 모임 공간으로 사용하도록 평일에 공간 대여 예약을 받아 휴일에 제공할 예정이다. 9월 중 쉼터 홍보행사도 계획됐다.

쉼터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향후 노무상담 및 건강상담 등 정기적인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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