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피해자 진실한 의사에 부합하지 않아"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식물인간이 된 피해자의 성년후견인이 밝힌 처벌 불원 의사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7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8년 11월19일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하고 자전거를 운행하다가 피해자를 들이받아 뇌손상 등의 중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피해자는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배우자는 A씨 측에서 합의금을 받고 1심 판결 선고 전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다.
1,2심은 모두 A씨의 유죄를 인정해 금고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혐의는 반의사불벌죄로서 피해자 측이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밝혔기 때문에 공소기각이 돼야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소송 절차에서 따로 규정이 없는 한 소송행위 법정대리는 허용되지 않고 피해자에게 의사능력이 없더라도 성년후견인이 대리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8대5의 의견으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국가 형사사법절차를 중단시킨다.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하는 이유다. 전원합의체는 "피해자가 의사 무능력인 경우 성년후견인의 대리에 따른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친고죄는 대리를 허용하고 있으나 반의사불벌죄는 예외 규정이 없다. 이는 대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법자의 결단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성견후견인의 처벌불원 의사를 유리한 양형요소로 참작할 수는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관 5명은 파기환송 의견을 냈다. 의사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사람도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봉쇄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위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지만 금지하는 규정 역시 없어 제3자의 처벌불원의사 지원·보완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피해자 본인만 가능하고 성년후견인 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법리를 설시했다"며 "이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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