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실 전무부터 대표 대행까지
구현모 전 대표 출석 머지않은 듯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KT에 대한 검찰 조사가 4개월에 접어들었다. 구현모 KT 사장 등이 계열사 일감을 특정 회사에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수사는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겨냥하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최근 시설관리업체 KDFS의 황욱정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거듭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 고발 22일 만에 본격적인 수사
이 사건은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대표 이은택)이 지난 3월 구 사장과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단체는 구 사장 등이 KT 계열사인 KT텔레캅 일감을 KDFS라는 시설 관리업체에게 몰아주는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 사장 등이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KT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같은 달 고발건을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하고 지금까지 수사를 벌여 왔다.
사건에 휘말린 구 전 대표는 조기 사임했고, 차기 KT 대표 후보였던 윤 부문장은 27일 후보직을 내려놨다.
검찰은 고발 22일 만인 3월 말 KT 법무실 전무 A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4월에는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수사 강도를 높였다. 검찰은 4월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임의 제출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KT텔레캅 등을 상대로 조사한 현장 조사 자료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시관 사이 자료 공유 차원으로 풀이된다.
조사 대상도 임원으로 올라갔다. 같은 달 5일 검찰은 전 KT 임원 이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씨는 KT 경영지원부문장(전무)과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8~2021년 KT 에스테이트 대표를 지냈다. 이 씨가 대표로 있던 KT 경영지원부문과 KT 에스테이트 역시 KDFS와 위탁 용역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이 씨를 상대로 KT 내부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전반과 구 전 대표의 구체적인 지시 내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5월에는 강제 수사 범위도 대폭 넓혀졌다. 5월 16일 검찰은 공정거래법 위반(거래상 지위남용) 혐의 등과 관련해 KT본사와 KT텔레캅, 협력업체 및 관계자 사무실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특혜 수혜업체로 지목된 하청업체 임직원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하며 수사 범위도 확장됐다. 검찰은 24일 KT텔레캅의 시설관리 하청업체인 KDFS 상무 B 씨와 이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황 대표의 두 자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B 씨는 과거 KT 본사에서 시설관리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다. 2020년 구 전 대표가 취임한 뒤 시설관리 계열사인 KT텔레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KT텔레캅의 하청업체인 KDFS의 상무로 재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
B 씨는 구 전 대표, 황 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도 알려졌는데, 검찰은 이들의 인연이 KT텔레캅이 KDFS에 일감을 몰아준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KDFS에서 근무하는 황 대표의 자녀들도 이런 의혹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다.
◆6월부터 '윗선' 겨냥…결정적 진술도 확보
6월 검찰은 '윗선'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6월 7일 검찰은 최남철 KT에스테이트 대표이사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최 사장을 상대로 2020년 구 전 대표가 취임한 후 KT의 시설관리 일감을 발주하는 업체가 KT에스테이트에서 KT텔레캅으로 바뀐 구체적 경위를 캐묻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2일에는 구 전 대표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모 전 KT 텔레캅 본부장을 불러 조사했다. 김 전 본부장은 2020년 당시 구 전 대표 취임 직후 KT 본사에서 KT텔레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른바 'KT 이권 카르텔'로 불리는 인물들과 밀접한 사이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전직 KT텔레캅 고위 관계자에게 "김 전 본부장이 '복잡하고 더러운 일은 내가 하겠다'며 일감 규모를 정하는 절차인 품질 평가를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달 28일에는 신현옥 KT 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신 부문장은 KT그룹의 KT텔레캅의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주도록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신 부사장을 상대로 KT텔레캅에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경위를 비롯해 구현모 전 KT 대표 등 그룹 차원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감 몰아주기→정관계 로비'…구현모 출석도 시간문제
6월 이후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KT그룹 사건은 애초 사옥관리 하청업체 KDFS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내용이 뼈대였지만 검찰은 KDFS가 회삿돈을 빼돌려 KT그룹 고위 관계자들과 나눠가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KDFS에서 수십억 원 규모의 횡령이 이뤄졌고, 이 가운데 일부인 10억 원 이상이 비자금으로 활용됐다고 의심한다.
이에 따라 비자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에 수사 초점을 맞추고 수사를 진행해 오던 검찰은 최근 황 대표가 후원 모임 활동을 해온 야당 의원이 KT와 연이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황 대표의 법인카드 내역을 최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이 과정에서 해당 의원과의 연관성을 살펴볼 가능성도 점쳐진다.
검찰은 또 지난 4일 박종욱 KT 대표 직무대행을 불러 조사했다. 박 대행은 3월 구 전 대표가 사퇴한 이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검찰은 박 대행이 대표 바로 아래 서열로 평가받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을 때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련 보고를 직접 받은 것으로 보고 사건 관여 여부를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칼끝이 KT 대표급을 겨누면서 머지않아 구 전 대표와 남중수 전 KT 사장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 전 대표는 국회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최근 1심에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상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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