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놓고 "판례 어긋나" vs "현명한 판단"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 피고 변호인으로 출석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형준 전 부장판사의 항소심 첫 공판에서 공수처와 변호인 측이 '직무 관련성'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구광현 최태영 정덕수 부장판사)는 5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장검사의 2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김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함께 기소된 박모 변호사도 출석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2015~2016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으로 근무하던 중 친분 관계가 있던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관련 수사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약 1000만원 상당의 향응 및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김씨가 박씨와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했고 박씨에게 받은 1000만원을 변제했으며, 김씨가 박씨에게 수사상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공수처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공수처는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을 놓고 "이들이 부장검사와 피의자 관계였다는 것을 간과했다"며 "박씨가 김씨에게 자주 연락한 시점은 박씨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이 남부지검 합수단에 배당된 이후"라고 설명했다.
원심은 김씨가 예금보험공사 파견근무 중에 금품을 수수했기 때문에 박씨 사건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공수처는 "파견근무 중이라고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과거에 담당했던 직무도 직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다.
이어 "김씨는 예금보험공사 파견근무 중에도 남부지검은 물론이고 서부지검 부장검사들을 모아놓고 식사를 하는 등 고위 검찰간부로서 영향력을 충분히 행사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씨의 변호인은 "원심에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김씨가 박씨에게 1000만원을 모두 변제했는데 뇌물로 봐야 하는지 상당히 의문"이라며 "원심 판단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는 항소심에서 이 사건 제보자인 김모 씨를 비롯해 김씨의 후임 합수단장 서모 씨, 주임검사 안모 씨 등 총 다섯 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공수처는 "김씨가 파견근무 중 수차례 연락했던 후임 합수단장과 이 사건을 직접 배당받은 주임검사 등을 증인 신문해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씨 측은 검사 측 증인 신청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변호인인 헌법재판관 출신 이정미 변호사는 "후임 검사와 통화한 것 자체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제보자 김모 씨는 이 사건 외에도 김씨에게 수차례 고소·고발을 일삼았지만 모두 기각 또는 각하됐다"며 "채택 불허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에서도 충분한 심리가 이뤄졌고, 국가기관이 새로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을 법정에 세우는 것은 이중 처벌과 같은 고통을 준다"고 덧붙였다.
박씨도 직접 입을 열고 "제보자 김모 씨는 김씨의 앞선 사건에서도 위증을 했었던 사람이고, 실형 전과가 3~4회에 이르는 '전문 사기꾼'"이라며 "이 사건 쟁점인 직무 관련성 여부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 기일은 8월 25일 열린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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