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6일 최측근 양재식과 구속영장 청구
최근 조사서도 혐의 부인…사실관계부터 쟁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특별검사로 수사를 지휘한 박영수 전 특검이 구속 기로에 놓였다. 박 전 특검이 최근 조사에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한 만큼 영장실질심사에서 치열한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50억 클럽' 사건과 관련해 박 전 특검과 최측근 양재식 전 특검보(변호사)를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수재 등) 혐의로 각각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특검은 2014~2015년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청탁을 전달하고 그 대가로 약 200억 원 규모의 땅과 상가를 받기로 약속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박 전 특검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우리은행은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하려다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하고, 대신 PF 대출에 참여하겠다며 1500억 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대장동 사업자 공모 과정에서 우리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의 PF 대출 참여를 강조해 '자금 조달' 항목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았다. 검찰은 이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구속영장에는 박 전 특검 등이 남 변호사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우리은행의 컨소시엄 참여 및 PF대출용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2014년 11~12월 대장동 토지보상 자문수수료, 대장동 상가 시행이익 등 200억 원 상당의 이익 및 단독주택 2채를 제공받기로 약속했다고 적시됐다.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자금 명목으로 현금 3억 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밖에 박 전 특검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김만배 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우리은행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2015년 4월경 5억 원을 수수하고, 50억 원 상당의 이익을 약속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전 특검은 26일 조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전 특검은 3월 검찰의 압수수색에 입장문을 내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 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라고 밝혔다. 또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 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게 참담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어느 정도 사안을 규명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검찰은 50억 클럽 의혹 제기 이후 속 관련 사안의 진상 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대장동 민간업자뿐만 아니라 우리은행 관계자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사안의 진상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에 박 전 특검의 증거인멸 정황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이 쓰던 휴대전화를 파손하고 사무실 PC 데이터도 삭제했다는 것이다. 증거 인멸 우려를 강조해 영장을 발부받는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혐의를 두고 박 전 특검과 검찰의 입장이 완전히 상반되면서 영장 심사에서는 사실관계부터 법리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검찰의 수사와 혐의 구성이 얼마나 촘촘했는지 '성적표'가 나올 것으로도 점쳐진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관계와 법리가 뒤섞여 있어서 사실관계 확정부터 쟁점이 될 것"이라며 "(영장이) 기각되면 사실상 범죄 성립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라고 내다봤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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