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사용 중복 신청에 지자체 '행사' 우선권
광장 사용하는 '잔디관리', 행사로 보기 어려워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가 7월 5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주최 전국노동자 총파업 노동자대회·문화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면서 조례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불허 근거는 같은 날 광장 사용을 신고한 시 중부공원여가센터의 광장 잔디유지관리계획과 겹치는 데다 조례상 공익을 목적으로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라는 논리다.
반면 민주노총은 시가 잔디 유지 관리 계획을 이유로 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한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23일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서울광장 사용 허가 과정을 둘러싼 세 가지 주장을 살펴봤다.
[검증대상]
1. 잔디관리를 지자체 행사로 볼 수 있나.
2. 과거에도 잔디관리 때문에 다른 행사를 불허한 사례 있나.
3. 잔디관리 행사의 공익 목적이 뚜렷해 시민위원회 회부 대상이 될 수 없나.
[검증방법]
서울광장 홈페이지 및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회의록, 서울시 조례 확인, 서울시 중부공원여가센터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전화 인터뷰.
◆잔디관리를 지자체 행사로 볼 수 있나? 거짓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2항에 따르면 사용 신고를 수리할 때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한다. 그중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 행사 △어린이 및 청소년 행사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순으로 사용신고를 수리할 수 있다.
시 중부공원여가센터와 민주노총은 12일 서울광장 사용신청서를 시 총무과에 제출했다.
민주노총은 7월 5일 오후 10시~6일 오후 10시, 12일 오후 10시~13일 오후 10시에 전국노동자 총파업 노동자대회·문화제를 위해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다. 중부공원여가센터도 같은 날 광장 잔디유지관리계획이 있다며 사용 신청을 냈다.
같은 날 들어온 두 건의 신청 중 시 총무과는 중부공원여가센터의 신청을 수리했다. 사용신고일이 중복된 경우에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를 우선 수리할 수 있다고 정한 조례가 근거다.
중부공원여가센터 관계자는 "장마가 시작되는 6월 말부터 7~8월은 혹서기라 잔디 훼손이 심하다"며 "7~8월에 서울광장 행사가 많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행사가 없는 날을 골라 물주기 등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초마다 잔디 관리계획을 수립한다"고 덧붙였다.
시는 잔디 관리를 지자체가 주관하는 행사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잔디유지 관리 계획은 정기적으로 이뤄진다"며 "행사라고 하면 무대를 설치하는 행사도 있겠지만 광장을 연계해 사용할 수 있는 걸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잔디를 가꾸고 관리하는 일은 행위의 일종으로 조례에서 말하는 행사로 보기 힘들다"며 "조례에서 규정한 행사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다. 잔디관리도 크게 보면 공익 목적이긴 하지만 공익을 제공하기 위해 전 단계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행정의 내부 행위다. 공익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행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잔디관리 때문에 다른 행사 불허 전례 있나? 판단 불가
시는 지자체 행사를 우선한다는 조례대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행사를 '우선해야 한다'가 아니라 '우선할 수 있다'고 정했다는 지적에는 "과거에도 잔디 관리를 이유로 행사가 불허된 사례가 지난해 4건, 2019년 2건, 2018년 2건 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노총과 중부공원여가센터 중복신청 사안이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 회부되지 않은 만큼 회의록을 통해 구체적 사례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대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광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잔디 식재 관련 공지사항을 살펴봤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발생으로 제외했다.
지난해 4월 18일 게시된 '서울광장 잔디 보식 및 활착기간 안내' 제목의 게시글에서는 "서울광장 잔디 보식 및 활착기간을 안내드리니, 서울광장을 사용하고자 하는 기관(단체) 및 개인 사용자들께서는 아래 사항을 참고해 사용신고를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기재돼 있다. 식재 일자와 함께 잔디광장 출입통제 날짜도 명시돼 있다.
2019년과 2018년, 2017년에도 날짜만 조금씩 다를 뿐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8년과 2019년 게시된 글에는 잔디 식재 날짜와 함께 동편과 서편, 잔디광장을 비롯한 서울광장 전체 사용이 불가하다고 적혀 있다.
잔디관리 때문에 다른 행사를 불허한 전례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서울시의 결정이 맞는지는 판단이 불가능하다.
◆시민위원회 회부 대상이 아니었다? 거짓
행사가 중복됐으니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 절차를 거친 후 시민위원회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 아니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공익 목적이 뚜렷하고 쟁점이 없는 사안이라 위원회 회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민간기관인 CTS와 중복신청이 들어왔고 우선순위를 (시가) 자체 판단하기 어려워서 조정 절차를 밟았는데 조정이 안돼서 위원회에 회부했다"며 "이번 사안은 민간기관인 민주노총과 서울시에서 중복 신청이 접수된 건데 조례에 따라 공익사업을 우선한다는 게 분명해서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체 결정해서 통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위원회에서도 (쟁점 없이) 사안이 분명한 건 올리지 말라고 한다. 2018년, 2019년, 지난해에도 위원회 회부 없이 결정했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조례에 어긋난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2항에 따르면 사용신고를 수리할 때에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한다. 그중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 행사 △어린이 및 청소년 행사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순으로 사용신고를 수리할 수 있다. 다만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는 그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사용신고의 수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잔디관리를 공익 목적의 행사로 해석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양측과 조정 절차를 밟지도 않고 자의적으로 위원회 회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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