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디에타민'
경찰, '과다 처방' 수사 진행…"식약처 자료 답변 미흡"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다이어트약…" "이름이 뭐예요."
23일 오전 9시50분 서울 종로구 한 내과에서 '다이어트약'이라는 다섯 글자를 말하자 직원은 바로 이름을 물었다.
"처음 방문이세요? 주민등록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세요."
1~2분이 지난 뒤 곧바로 이름을 부르고 진료실로 안내했다.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는 자연스레 '식욕억제제' 디에타민뿐만 아니라 '지방을 태우는 약'이라며 '종합' 처방을 해주겠다고 했다. 곧 식단 관리를 강조하며 본인 사례를 나열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라는 것이다.
진료가 끝날 때쯤 '불면증'이 있는지 물었다. 각성 상태가 이어져 잠에 들기 힘들 수 있다는 취지다.
"잠을 잘 못 주무시면 약을 먹을 때 좀 더 못 주무실 수는 있어요. 약을 반으로 쪼개 먹어야 할 텐데 그때 가서 이야기해 봐요."
본인의 다이어트 경험을 이야기하다가 넌지시 약을 먹을 때 순간적으로 일에 '집중'하게 될 때도 있다고 귀띔했다. 오히려 일에 '집중'하게 돼 좋은 효과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주 안에 5kg을 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과에 머문 지 13분이 지난 뒤 처방전을 받고 병원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으로 갔다. 약사는 받자마자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바로 조제했다. 이후 A제약 향정신성의약품 디에타민(속칭 나비약) 등이 적힌 약봉지를 주며 '우울감'이 간혹 들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사용기준상 사용 대상은 외인성 비만 환자. 적절한 체중감량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 당뇨 등 다른 위험인자가 있는 BMI 27kg/㎡ 이상 환자다.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이 나비약이라 불린 이유는 모양이 예쁜 나비 모양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다 처방'이다. '향정신성의약품' 디에타민을 과다하게 복용하면 문제가 된다. 식약처는 5개 의료기관을 놓고 과다 처방 사례가 확인됐다며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식약처 의뢰를 받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A의원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해당 의원을 압수수색하고 처방 자료 등을 확보했다. 병원장 등 관계자 조사도 진행했다. '다이어트 성지'라고 불린 곳이다.
그러나 의뢰한 식약처의 반응이 미온적이라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 경찰이 관련 자료를 식약처에 한 차례 요청했으나 답변이 미흡했다고 한다.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다. 결국 다시 요청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뢰했는데 반응이 미온적이다. 자료를 주지 않아서 수사가 늘어지고 있다"라며 "터무니없게 회신해 어떻게 법률을 위반한 건지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식약처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의 환각성 물질·약물 복용 경험은 우려 수준이다. 여성가족부 ‘2022년 청소년 매체 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고교생 최근 1년간 디에타민 복용 경험은 0.9%, 펜타닐 패치 사용 경험은 10.4%다. 구매 방법은 '병원에서 처방받아'가 높았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병원 양심에만 맡기고 문제점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검찰 주도로 통합 기구가 만들어졌으면 식약처 등 기관별 해야 할 업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실태를 점검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6년 경찰 강력 수사 경험이 있는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는 "향후에도 청소년 마약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학교, 가정에서 '약물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약물 중독은 돌이킬 수 없는만큼,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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