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말고 다른 '윗사람' 있을거라 생각 안해"
"김성태, 이화영이 '쌍방울그룹 리더'라고 말해"
[더팩트ㅣ김시형 인턴기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쌍방울그룹 대북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라고 생각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수원지법 형사11부(신진우 부장판사)는 1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받는 이 전 부지사의 35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쌍방울그룹의 투자유치 업무를 맡았던 전 코스닥 상장사 대표 김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씨는 2018년 지인의 소개로 김성태 전 회장과 알게 된 후 김 전 회장의 부탁으로 쌍방울그룹 대북사업 관련 외부 투자금 유치 업무를 맡았다.
검찰은 김씨가 기록한 2019년 쌍방울 대북사업 진행 상황 회의록을 공개했다. 김씨는 김 전 회장 및 방용철 전 부회장과 쌍방울그룹 투자유치 관련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회의록을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사업이 "너무 큰 프로젝트라 의심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면 민간기업이 어떻게 독자적으로 할 수 있을까. 분명히 뒤에 뭐가 있겠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 대해 "최종 결정권자라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회의록 내용 중 '인도적 지원에 너무 많은 예산, 그러나 경기부지사 등 요청이 전제돼 다른 옵션 없음' 이라고 기재된 것을 놓고 '경기부지사 '등'에 이 지사도 포함되냐'고 묻자 김씨는 "솔직히 말하면 (이재명이) 최종 결정권자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와 통화하면서 "윗사람에게 잘 보고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것도 "그분(이재명) 말고 다른 윗사람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못 했다"고도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회장은 평소 '경기도'나 '경기도 형님'이라는 표현을 썼다. 검찰이 "'경기도'라는 표현에 이 전 부지사 외에 다른 사람도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김씨는 "회사에서도 CEO가 큰 사업을 한다고 하면 회장의 컨펌이 있었겠지라고 상상을 했다. 그러나 물어볼 용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를 "쌍방울그룹의 리더"라고 표현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당시 투자자들이 쌍방울의 대북사업 우선권 확보를 의심하자 김 전 회장이 "경기부지사(이화영)는 단순 협력 관계가 아니라 그룹 리더로 봐도 된다. 이화영이 직접 투자자들에게 쌍방울 대북사업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씨는 경기도의 대북사업 지원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와 직접 통화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씨는 "2019년 4월 마카오에서 북측 인사와 회식할 때 김성태를 통해 이화영과 통화했다"며 "당시 식당이 굉장히 소란스러워 10초 정도 통화했는데, 이화영에게 '경기도의 지원이 맞느냐'고 묻자 이화영이 '맞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김씨가 경기도 관계자들에게 공동사업에 관해 확인하지 않은 점을 문제삼았다. 변호인은 반대 신문에서 "증인은 20년 경력의 투자유치 전문가인데 경기도에게 왜 공동사업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냐"고 질문하자 김씨는 "저는 경기도를 위해 사업하는 사람이 아니다. 쌍방울은 제 클라이언트(고객)인데 클라이언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대북사업 지원을 대가로 쌍방울그룹에서 법인카드와 차량 등 약 3억2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부지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20일 열린다. 재판부는 이날 이 전 부지사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국정원 직원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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