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혐의로 1심 징역 1년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제자 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전 서울대학교 음대 교수 측이 항소심에서 "안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일부 혐의를 인정했다.
서울고법 형사11-2부(김영훈·김재령·송혜정 부장판사)는 7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전 서울대 음대 교수 A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1심과 달리 사건 경위에 관한 주장을 변경했다. 재판부가 "1심에서는 피해자가 불편하게 앉아 있어 편하게 앉으라고 팔을 당기면서 뿌리치는 과정이 있었지만, 추행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말했다"며 "항소심에 와서 '안으려고 한 건 맞다'고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1심에서 A씨는 B씨가 팔로 조수석을 잡고 있어 불편해 보여 팔을 당겼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변호인 입장에서는 (사건 경위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 사실관계를 계속해서 물었다"며 "결국 피고인이 '한편에서는 어깻죽지를 잡아당겨 안고 싶은 마음이 솔직한 마음'이라고 해서 바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A씨 측은 "대리기사가 있던 상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쟁점이었다"며 "수사 과정에서 대리기사를 불러 조사해달라고 했는데 조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 측이 겨우 대리기사를 만나 연락했더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며 "제3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고인의 진술과 피해자의 진술이 얼마나 신빙성 있느냐가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A씨 측은 이 사건 이후 3년 동안 A씨와 B씨는 친밀감을 표시할 정도의 사이로 지내왔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2015년 사건이 일어났고 당시 피고인이 어제 실수 안 했냐고 문자를 보내자 B씨가 아무 일 없었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10월 공연 뒤풀이 도중 대학원생이던 제자 B씨를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한 뒤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차량 뒷좌석에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당시 A씨가 차 안에서 자신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고 수차례 신체를 접촉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미투(Me Too)운동이 확산하면서 3년 전 사건에 대한 고소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의 1심은 B씨가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해 재판부가 배제 결정을 내렸으나 A씨가 항고하면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A씨는 1심 재판 과정에서 B씨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1심에서 "대학 교수가 대학원 제자를 추행하고도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신상정보 공개와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함께 요청했다.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A씨의 혐의를 유죄 평결했다. 재판부 역시 징역 1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피해 사실이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데다 내용의 합리성도 인정된다"며 "피해자 진술에는 직접 경험하지 않고 꾸며내기 어려운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 피해의 두려움과 성적 수치심을 감수하면서 피고인을 무고할 만한 동기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합의금을 노리고 허위로 무고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범행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도망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A씨를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A씨의 다음 공판은 내달 14일 A씨 부인과 대리운전기사에 대한 신문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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