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추산 10만명 모여…"총선에서 심판"
[더팩트ㅣ황지향·이장원 인턴기자] "아직 늦지 않았다. 이제라도 간호법을 제대로 보시고 국민의 건강을 당신들 손으로 버리는 누를 범하지 말아달라."
대한간호협회는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간호법 제정 거부권 행사 규탄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10만여 명(주최측 추산)의 간호사가 모였다. 간호협회는 당초 3만~4만 명이 모일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들은 간호사를 상징하는 흰색 계통의 상의에 연녹색의 마스크를 착용했다. 낮 최고 기온이 28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간호법'이라 적힌 피켓을 높이 들어올렸다.
간호사들은 국민의힘이 약속을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김영경 간협 회장은 "국민의힘은 간협과 정책협약으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2명의 소속의원이 대표발의하고 46명의 의원이 동참했다"며 "이들은 수많은 자리에서 간호법을 약속했으며 증거자료와 기록들이 차고 넘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간협은 총선기획단을 조직해 간호법을 거부권에 이르게 한 국회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22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간호조무사를 차별한다는 비판도 반박했다. 간호장교로 21년간 복무했던 김영희 예비역 중령은 "(간호법) 32개 조문 중 어디에 간호조무사의 학력 제한을 두었는가"라며 "간호조무사가 간호법에 포함된 것은 그들을 협력자로 인정하고 함께 보호받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교사들의 지적도 나왔다. 강류교 보건교사회 회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보건교사에게도 가슴에 비수가 꽂힌 듯 아프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보건교사와 간호사의 적절한 의료 행위가 필요하지만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자격을 보유한 보건교사의 의료 행위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중증 건강장애 학생 간호 행위는 위법한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1시간 가량의 총궐기대회를 마친 후 이들은 경찰의 통제에 따라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팀장으로 재직 중인 이선신(50대·여)씨는 "간호법 자체에 불만스러워서 별로 참여를 안 했었다"라면서도 "보건복지부도 그렇고 국민의 힘도 그렇고 간호법하고 상관없는 거짓된 정보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에 화가 나서 동참해야겠다 싶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국힘이나 복지부가 하는 얘기를 언론은 최소한의 검증이나 확인도 안 하고 내보내는데 이 또한 반성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당일 아침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50대 간호사 김모 씨는 "당장 서귀포시만 가도 사람이 부족해 간호사들이 대신 (일부 의사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들이 그런 의료 현실을 하나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동료 간호조무사과 연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울산에서 온 강예슬(26) 씨는 "간호사가 힘든 걸 가장 잘 아시는 분들이 같이 일하는 간호조무사 분들"이라며 "여기 온다고 했을 때 그분들께서 잘 다녀오라고, 간호법 제정 됐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천의 한 간호대학 3학년에 재학 중 신모(30대·여) 씨는 "미래 환경이 많이 개선 됐으면 좋겠다. 주변 간호사들한테 들어보면 정말 비인권적으로 화장실도 잘 못 가고 생리대도 못 갈고 밥도 못 먹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행진을 포함한 이날 집회 일정은 오후 3시 52분께 마무리됐다.
이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의료 직역간 갈등을 조장하고 국민의 건강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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