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300개 동물전시체험시설 중 등록 업체 88곳 뿐
멸종위기종 포함 여부·보유 동물 현황 파악 '사각지대'
[더팩트ㅣ이병욱 기자]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는 동물전시체험시설의 상당수가 미등록 상태이고, 열악한 사육환경과 관리 소홀로 인해 동물들의 건강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무분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동물들의 복지를 훼손하고 인수공통전염병의 발생 가능성도 높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동물자유연대(대표 조희경) 부속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최근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동물전시체험시설의 보유 동물 종과 수 등 기본적인 정보와 현황 파악을 위한 목적으로,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동물전시체험시설 20개소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았다.
18일 한국동물복지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전시체험형 동물시설에 대한 온라인 조사 결과, 현재 국내에는 총 300개소의 동물전시∙체험시설이 있으며 이 가운데 212개소(70.7%)가 미등록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87개소(29%)로 가장 많은 미등록 시설이 위치했으며 경상남도(28개소, 9.3%), 강원도(26개소, 8.7%), 제주특별자치도(24개소, 8.0%)가 뒤를 이었다.
시설이 보유하고 있는 동물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포유류 1511마리를 조사한 결과,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병변이 155건(10.3%) 관찰됐다. 피부 병변, 교상 의심 병변, 안과 질환, 발굽 문제, 꼬리 절단, 보행 이상, 이상행동 등 병변의 종류도 다양했다.
대부분의 경우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시설 내에서 검사 및 치료 진행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동물복지 차원에서 가장 기초적인 항목인 식수 제공의 경우 포유류 총 1692마리 중 신선한 물을 제공받은 개체는 667마리(39.4%)에 불과했다.
그 외 오염된 물을 제공받은 개체가 504마리(29.8%)였으며, 521마리(30.8%)는 물그릇 내에 물이 없거나 물그릇 자체가 없는 상황으로 과반수 이상의 동물이 기본적인 관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시에 모든 개체가 숨거나 쉴 수 있는 은신처가 제공되는 경우는 총 1514마리의 포유류 중에서 518마리(34.2%)만 해당됐고, 996마리(65.8%)는 일부에게만 제공되거나 1마리에게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이혜원 한국동물복지연구소장은 "이는 동물이 은신처에 숨어서 관람객이 동물을 볼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동물전시체험시설이 동물복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방문객의 체험과 오락만을 위해 존재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단독생활을 해야 하는 동물 총 97마리 중 77마리(79.4%)가 제한된 공간 활용, 관리의 편의성 등을 이유로 무리 사육되고 있었는데, 이는 동물복지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소장은 "단독생활을 해야 하는 동물이 2마리 이상 한 공간에 있는 경우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동물복지를 위해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동물전시시설에서 진행하는 체험 프로그램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직접 현장조사를 진행한 20개소 시설 전부에서 먹이주기 체험과 만지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다수의 업체가 관리 직원이 부재한 상황에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또한 동물과 직접 접촉함에도 방역 조치가 전혀 제공되지 않은 업체가 20%에 달했으며, 한 시설 내에서 포유류, 파충류, 조류를 모두 만질 수 있었던 6개의 업체는 손 소독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소장은 "이런 동물체험은 인수공통전염병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동물 간의 전염병, 새로운 돌연 병원체의 출현을 가능하게 하는 위험한 환경"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보고서는 국내 동물체험시설에 대한 전수조사 내용이 아니다. 때문에 동물체험시설의 보유 동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사육환경, 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혜원 소장은 "지난해 동물원법과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전시동물 복지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으나 여전히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면서 "업체들에게 강화된 기준을 바탕으로 한 시설 개선 기간을 주기 위해 2023년 12월 14일 이전에 등록 및 신고를 하는 경우 법 시행으로부터 4년간 유예기간을 두게 돼 이를 악용해 부적절한 업체가 이득 창출의 기회로 삼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재 대다수의 시설에서 이루어지는 먹이주기 체험은 동물에게 영양의 불균형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복지 차원에서 반드시 법으로 금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물자유연대는 이번 보고서 발간을 계기로 동물전시체험시설 규제를 위한 캠페인, 관련 법령 강화 촉구 등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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