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기관에 검사 출신…"정치 수사 포석"
'박원순 다큐' 놓고 한상희-한동훈 공방도
[더팩트ㅣ이장원 인턴기자] 윤석열 정부 1년이 "'검사의 나라'가 만들어지는 한 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검찰+ 보고서 2023'(보고서) 발간 기자브리핑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사무처장은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비서실과 장·차관에 함께 일했던 검찰 수사관들을 대거 등용했다"며 "폭주하는 검찰 권력이 불완전한 형사사법체계속에서 마땅한 견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 5년 동안 불완전하게나마 진행됐던 검찰 개혁이 뒤집힌 자리에 검사의, 검사에 의한, 검사를 위한 나라가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부터 매년 검찰보고서를 발간해왔다. 올해 보고서 제목엔 이전과 달리 플러스(+) 표시가 더해졌다.
한상희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대통령실, 법무부,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분야에 검찰이 포진되는 이 상황을 넘겨서는 정치검찰의 폐해를 제대로 짚을 수 없겠다는 생각에 '검찰+'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법무부와 외부기관에 파견된 검사의 수는 각각 45명, 53명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총 15명이 증가했다. 검사 및 검찰청 공무원 출신 7명은 대통령실 비서관급 이상 근무자로 임용됐다.
특히 법무부의 경우 장·차관,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대변인 등 핵심 보직에 모두 검사 혹은 검사 출신이 자리했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검찰 출신 편중 인사가 정치권 수사를 위한 포석이었다고 주장했다.
최영승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는 "윤석열 정부 1년의 검찰 수사를 평가해 보면 시종일관 야권과 전 정권, 비판적 인사에 집중됐다"며 "내 사람을 챙겨서 기울어진 양팔 저울로 재단한 정치적 편향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검찰 출신이 인사를 장악하면서 생긴 대표적 문제가 정순신 사태"라며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정순신이) 검찰 출신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는 지난 2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식의 학교폭력 및 판결 불복 논란으로 하루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한국 사회가 19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위험한 순간을 지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는 "지금 검찰이 행사하고 있는 직접수사권의 경우 법 조문 상의 '등'이라는 의존 명사에 근거하고 있다"며 "헌법과 법률에 정확히 근거하지 않고, 시행령이 법률의 효력을 갖는 이 사회는 헌법 76조의 긴급명령 체제"라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연일 설전을 벌이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에서 교체돼야 할 고위공직자 중 1위로 한 장관을 꼽았는데 이후 한 장관이 참여연대를 비판하며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상희 대표는 "법무부 장관이 절대 해선 안 될 이야기"라며 "제대로 된 민주 사회에서 법무부 장관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면, 틀림없이 탄핵감 내지는 쫓겨날 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 장관은 참여연대 출신들이 과거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한 것을 지적하며 "박원순 전 시장 다큐 같은 건에는 한마디도 안하는 걸 보면, 앞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민간인들이 자기들의 생각으로, 자기들의 돈을 들여 만들고 있는 작품에 대해 국가 형사사법권력의 가장 첫 머리에 있는 법무부 장관이 부정적 평가를 한다는 것은 다른 국가기관에게 일정한 지침을 주는 메세지와 다름 없다"고 했다.
이에 한동훈 장관은 다시 입장문을 내 "박원순 시장 다큐에 침묵한다는 제 발언에 대해 참여연대는 ‘사전검열’이자 ‘표현의 자유 침해’이고 ‘탄핵감’이라고 했다"며 "법원 판결에서도 인정한 성추행을 옹호하고 피해자를 공격하는 다큐가 만들어질 때, 법무부장관이 ‘그러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은 ‘사전검열’도 ‘표현의 자유 침해’도 ‘탄핵감’도 아니다" 라고 반박했다.
bastianl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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