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증거 포함이라도 처벌 불가"…고의성 입증도 관건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제출하면서 검찰이 증거인멸 논란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깡통폰'을 제출한 사정만으로는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증거인멸 정황을 의심하며 휴대전화 폐기 경위를 살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 제출과 관련해 "수사를 앞두고 주요 증거물에 대한 삭제·폐기 행위는 방어권 보장 차원을 넘어서 증거인멸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해 경위를 살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파리경영대학원 방문연구교수 활동을 위해 출국한 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했다. 돈 봉투 의혹 수사가 본격화한 4월에는 초기화된 휴대전화를 제출했다.
검찰은 이를 증거인멸 정황으로 보고 있지만, 대법원 판례상 증거인멸죄 입증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증거인멸죄란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서 인적·물적 증거를 인멸·위조, 위조한 증거를 사용하는 등 재판의 실체적 진실 발견을 저해하는 범죄 행위를 말한다.
송 전 대표가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수사·재판을 우려해 휴대전화를 폐기했다고 한들 자신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라 현행법상 처벌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에 공범의 증거가 들어 있었다면 타인의 증거를 인멸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돈 봉투 의혹에는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비롯해 현역 의원들이 연루된 만큼 송 전 대표의 휴대전화에 관련자들의 범행 정황이 담겨 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멸한 증거 가운데 공범의 것이 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판례를 수십 년째 유지 중이다. 대법원은 1976년 6월 "피고인은 자신이 직접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 증거가 될 자료를 인멸한 경우, 이 행위가 비록 동시에 다른 공범자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한 결과가 되더라도 피고인을 증거인멸죄로 다스릴 수는 없다"라고 판시했다.
고의성 입증도 까다롭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프랑스 현지에서 쓸 수 없이 폐기했고, 프랑스에서 쓰던 휴대전화는 대학원에서 제공한 거라 반납했다는 것이 송 전 대표 측 주장이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증거인멸이 발생했더라도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고 판시한다.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사고 현장 청소 작업을 지시했다가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관계자는 청소 작업 중 유족의 이의제기를 받고도 청소를 중단하지 않았고, 청소와 관련해 수사기관과 협의하지도 않았다. 당시 대구시장에게 현장을 청소하는 데 경찰의 동의가 있었다는 허위 보고도 했다.
1·2심 모두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상고심에서 뒤집혔다. 대법원은 유족의 이의제기를 받고도 청소를 중단하지 않은 정황만으로는 고의성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청소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시간 중에 실종자 유족들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위 피고인이 즉각 청소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 않고, 수사기관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피고인에게 청소 작업으로 인한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청소 작업을 마친 포대에서 피해자들의 유류품 등이 발견됐다는 사실 등은 단순히 청소 작업으로 인한 결과에 지나지 않아 피고인이 증거인멸이라는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했다는 사정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만으로 증거인멸죄를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검찰이 증거인멸을 강조하는 이유는 여론전 내지 구속을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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