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 절차 준수…우선순위 따라 결정
조정회의 개최해온 관행은 어겨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서울시가 7월 1일 열릴 예정인 성소수자 축제 '서울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 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면서 조례를 어겼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축제가 예정된 7월 1일 광장 사용을 신고한 청소년·청년 관련 다른 행사와 겹치는 데다 조례상 어린이와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 측은 두 신고 주체 간 조정 절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울광장 사용 허가 과정을 둘러싼 세 가지 주장을 살펴봤다.
[검증대상]
1. 서울시가 광장 사용 허가 과정에서 조례를 어겼나.
2. 두 신고 주체 간 조정 절차 제대로 이뤄졌나.
3.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어린이 및 청년 관련 행사로 볼 수 있나.
[검증방법]
서울광장 홈페이지 및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 회의록, 서울시 조례 확인,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관계자, CTS문화재단 관계자, 서울시 관계자 전화 인터뷰.
◆서울시가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어겼다? 명목상 절차 준수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제6조 2항에 따르면 사용 신고를 수리할 때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는데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행사 △집회 신고를 마친 행사 △공연과 전시회 등 문화·예술 행사 △어린이 및 청소년 행사 △그 밖에 '공익적 행사'로서 위원회에서 결정한 행사 순으로 사용 신고를 수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에 따르면 4월 3일 서울광장 사용을 신고했고 이틀 뒤인 5일, 7월 1일에 서울광장 사용을 중복 신고한 다른 단체가 있음을 광장 홈페이지 캘린더를 통해 인지했다.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열겠다는 CTS문화재단이다.
시는 조례 절차대로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이달 3일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를 열고 논의 끝에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개최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사용 신고를 수리할 때 사용일이 중복된 경우에는 신고순위에 따라 수리하는데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가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조직위는 시가 편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 그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대면조정회의도 없었고 꼭 대면회의가 아니더라도 조정절차에 대한 공식적인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조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4월 3일 조직위에서 이메일로 광장 사용 신청을 받았고 5일 중복 신청 단체가 있어서 조정 절차가 있을 거라고 이메일을 다시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13일 오전 9시 36분쯤 조직위 관계자가 유선으로 일정 조정에 대해 내부 협의중이니 기다려달라고 했고, 그날 오후 1시 2분쯤 일정 조정이 불가하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시가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어겼다는 주장은 사실일까. 조례에 명시된 절차는 준수한 것으로 보인다.
◆두 신고 주체 간 조정 절차 제대로 이뤄졌나…조정회의 개최해온 관행 어겨
양측의 주장이 가장 첨예하게 부딪히는 지점은 중복 사용 신청한 두 신고 주체 간 조정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다.
조직위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으로 개최된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광장 사용신고가 중복된 경우 신고 단위 간 대면회의 등 조정 절차를 통해 광장 사용일을 조정했고,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조정회의가 재차 진행됐다고 지적한다. 조정 회의가 열리지 않고 시민위원회에 곧바로 올라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일정을 조정하지 못한다고 해도 총무과에서 주재한 대면회의를 통해 조직위가 일정을 조정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는 조례에 대면으로 조정 절차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조례는 신고순위가 동일한 경우에 신고자들과 협의를 통해 조정하고,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위원회 의견을 들어 사용신고의 수리를 결정할 수 있다고만 규정한다.
대면조정회의 개최 조건도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정 가능성 여부를 보고 대면조정회의 개최 여부를 판단하는데 시는 조직위와 CTS문화재단간의 조정 가능성이 없다고 봐서 대면회의를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열린광장 운영 시민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된 회의록을 살펴봤다. 이 중 조정회의가 언급된 연도는 2016년과 2018년이다.
2016년 3월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총무과장은 "불수리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해당 단체들이 모여 조정회의를 통해 광장사용단체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2018년도 6월 회의록에는 총무과장이 "그간 사용신청 및 중복조정회의가 몇 차례 있었다"며 "7월 5일부터 7일까지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의 '서울 성평등 문화로 피다' 축제를 위한 중복신청이 들어와 여성정책담당관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정된 바 있다. 7월 12일부터 14일까지도 중복신청이 있었는데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사용하는 것으로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조정 가능성 여부와 상관없이 대면조정회의가 개최된 그간의 관행들에 비춰보면 시가 조정 절차를 생략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 어린이 및 청년 관련 행사로 볼 수 있나…판단 불가
CTS 문화재단이 신청한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를 어린이 및 청년 관련 행사로 볼 수 있을지도 검증 대상이다.
CTS 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에도 아이디어코리아와 같은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많이 개최해왔고 올해는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개최하는 행사"라며 "다른 날 신청할 수 있었는데 7·8월이 학생들 방학 기간이라 비가 오지 않을 확률의 날짜들을 알아보고 7월 1일에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직위는 행사를 주최하는 CTS가 2020년 차별금지법 대담을 하며 성소수자 혐오를 전파했다는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의 법정제재를 받는 등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해온 방송사라는 점을 근거로 어린이 및 청소년 행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위원회 위원들이 신고 주체들이 제출한 행사계획서를 보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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