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설치 등 정치적 중립성 논란
전문가 "제도 변화 1년, 국민 체감 의문"
158명 사망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질타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경찰은 제도적으로는 경찰국 설치와 복수직급제 시행, 경찰대 개혁 추진 등 크고 작은 변화를 겪으면서 수사는 마약과 전세사기, 건설현장 불법행위에 집중한 한 해였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경찰은 안팎으로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와 이태원 참사 여파, 전세사기·마약범죄·건설현장 불법 행위(건폭) 수사 등 '다사다난'했다. 특히 윤희근 경찰청장은 악성 사기와 마약, 건폭 근절을 국민체감 약속으로 정했다.
정부 출범 직후 가장 큰 제도 변화는 행안부 산하 경찰국 설치였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해 5월13일 취임 직후 경찰국 설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꾸렸다. 경찰 조직 관리·감독을 위해 행안부 장관에 법적 권한 등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1991년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해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했으나, 경찰국 설치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결국 지난해 7월 류삼영 총경이 주도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가 열리며 갈등은 고조됐다.
인사에서 민정수석실 기능을 대신한다는 의견과 정치적 입김이 강화할 것이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섰으나, 지난해 8월 경찰국은 설치됐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프락치 의혹이 제기된 김순호 치안감(현 경찰대학장·치안정감)이 취임하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류 총경 등은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았고 총경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상반기 인사에서 경정·경감급 보직에 발령되는 등 좌천성 인사가 단행해 조직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윤 청장은 경찰국 설치에 따른 중립성 우려를 간과했다는 리더십 논란에 부딪히기도 했다.
대통령실 이전도 경찰에 적지않은 영향을 줬다. 집회·시위의 메카가 종로에서 용산으로 바뀌었고, 관할 경찰서인 용산경찰서의 위상과 책임도 무거워졌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서초동 사저에서 출퇴근할 당시는 서초경찰서 업무가 늘어나기도 했다.
조직을 뒤흔든 사건인 '이태원 참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10월29일 핼러윈을 앞두고 서울 이태원에 많은 인파가 몰려 158명이 숨졌다. 경찰은 사전·후 조치가 부실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꾸려 수사를 벌였지만 진화는 쉽지않았다.
정부 출범 이후 수사는 전세사기·마약·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윤 청장도 취임 직후 국민체감 약속 각 1·2·3호로 지정했다. 피해자 3명이 극단 선택을 한 전세사기는 각 지방청 금융범죄수사대에서 집중 수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조직범죄와도 결합된 마약 범죄 역시 각 지방청 마약범죄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몫이다. 최근 청소년 관련 범죄도 만연한 상태다.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 관세청 등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져 적극 대응하고 있다.
채용과 금품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 행위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으나 노동계 반발도 거세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설현장 불법 행위를 '건폭'으로 규정했다. 경찰은 지방청 강력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양대 노총 등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건설노조 간부가 사망하면서 갈등 격화 조짐도 보인다.
2대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 하루 만에 물러난 '정순신 사태'도 충격적이었다. 검사 출신이 경찰 수사를 총괄한다는 논란에 더해 아들의 학교폭력 전력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벌집을 건드린 꼴이 됐다. '경찰 수사통' 우종수 경기남부청장이 투입되면서 급한 불은 껐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석좌교수는 경찰의 지난 1년을 두고 "제도적으로는 경찰국 설치와 총경 복수직급제, 승진소요년수 단축, 경찰대 개혁 추진 등이 진행됐으나 과연 국민 치안이 윤택해졌는지는 의문"이라며 "수사권 조정을 비롯해 제도개선의 목적은 국민 치안이 돼야 한다"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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