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여파로 한옥마을 찾는 관광객 급증
소음·쓰레기 투기·공공화장실 부재 등 문제
종로구, 연말까지 특별관리지역 지정 신청
[더팩트|가회동=이상빈 기자] 최근 늘어난 방문객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엔데믹 여파로 해외 관광객이 몰리면서 소음, 주차, 쓰레기 무단 투기, 공공화장실 부재 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더팩트> 취재진은 관광 실태 파악을 위해 3일 오후 한옥마을을 찾았습니다. 필수 코스인 언덕길에 다다르자 앞뒤로 더 많은 외국인이 골목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들이 뿜어내는 소음이 귀를 자극했습니다. 집집이 대문에 소음 및 흡연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문을 붙일 정도로 모여든 관광객에 따른 피해는 심각했습니다.
취재 중 만난 주민 A씨에게 관광객 증가로 힘든 점을 물었습니다.
[주민 A씨: 주민들이 힘들어하는 거요? 일단 시끄럽고 쓰레기 버리는 거요. 화장실은 안 들어가죠. 개인 집은 안 열어 보니까. 그런데 쓰레기를 버리고 가잖아요. 그다음 시끄럽고. 그리고 여기에 단체 관광 오면 (사람들을) 그냥 풀어놓는 거예요. 사진 찍고 가고. 돈 안 받으니까.]
언덕길에서 한국어, 영어, 일본어 3국 언어로 "조용히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색 조끼 차림의 북촌지킴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언덕길 시작과 끝에 서서 방문객들에게 정숙을 당부했습니다.
문득 이 많은 방문객이 '대체 어디서 급한 볼일을 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렇지만 공공화장실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북촌지킴이 중 마을 주민이기도 한 B씨는 늘어난 방문객에 따른 고충 그리고 공공화장실 부재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주민 B씨: 원래는 이렇게 사람이 오는 걸 주민들은 원치 않았고요. 여기가 주택단지예요. 그래서 화장실 세울 데가 없어요. 갑자기 관광지로 바뀌어서 대책이 안 서서. 저 밑에도 (개방화장실이) 생긴 지 얼마 안 됐어요. 작년에 시에서 한옥을 사가지고 1층에 화장실을 만들었어요. 거기가 가끔 월화 쉬고, 오후 5시 이후엔 쉬고, 행사가 있을 때는 외부인을 막거든요. 그러면 큰길에 나가서 가회동 주민센터 1층으로 가야 해요. 공공화장실이 그렇게밖에 없어요. 한옥마을 개방 시간이 정해져 있는 건 없고 권고사항이 있어요. 오후 5시 이후엔 안 오길 바라는데 주민들이 아직 살고 있으니까...]
취재진은 주민 A씨로부터 한옥마을 특별관리지역(특관지) 지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특별관리지역은 다수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주민의 평온한 생활 환경 유지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거지역을 일컫습니다.
[주민 A씨: 어차피 이제는 주민들만 살 수 없으니까. (시에서) 특관지로 지정해 주면... 관광객들이 와서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주민들을 위해서 보상하고. 특관지가 되면 한옥마을도 달라지겠죠.]
취재진은 8일 종로구청 관광과 관계자에게 한옥마을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달라지는 점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종로구청 관광과 관계자: 법안에는 '마을 방문 시간을 지정할 수 있고,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차량이나 관광객 통행 제한이라든지 이용료 징수라든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과태료도 부과할 수 있고요.]
종로구는 2018년 지역 차원의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주민 정주권 보호가 필요한 지역을 조례에 따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법률개정안(관광진흥법 제48조의3)을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했습니다.
이후 2020년 6월 관광진흥법에 특별관리지역 지정 근거가 신설됐습니다. 같은 해 10월 특별관리지역 지정에 필요한 사항을 종로구 관광진흥조례에 규정했습니다. 지난해 10월에는 관광진흥법상 세부 필요 조치 및 지원 근거가 추가됐습니다.
[종로구청 관광과 관계자: 지난해 11월 관광진흥법 지속가능한 관광 활성화 부분에 특별관리지역 지정과 관련한 법안이 처음으로 들어가게 된 거예요. 주민의 정주권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률이 마련됐습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영향권역 반경 1km 일대고요. 일정상으로 보면 올해 11월까지 지정 구역을 설정해서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것까지가 목표거든요. 문체부나 서울시와도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고요.]
한옥마을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까지는 여러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종로구는 관광객 관리 체계 구축과 주민 지원 방안 마련을 위해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실효성 있는 해결 방법을 검토해 나간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11월까지 계획을 마무리해 서울특별시와 논의를 거친 뒤 문화체육관광부에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신청할 예정입니다.
pkd@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