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안심마을보안관 동행취재
쓰레기 줍고 골목길 교통안내도
[더팩트 | 김해인 기자] "이 노란색 옷이 멋쟁이 옷이에요. 모두 도움을 요청해요"
2년째 서울 강남구 논현동을 지키는 안심마을보안관 60대 홍명자 씨의 말이다. 그는 "이 옷을 안 입는 낮에도 24시간 보안관이라는 사명감이 있다"며 웃었다.
지난 13일 오후 9시 자율방범대 초소에 보안관 4명이 모였다. 이들은 심야에 2인 1조로 두 구역을 반복 순찰한다.
취재진과 동행한 홍 씨와 60대 박영희 씨는 인생 절반 이상을 한 동네에서 살았다. 홍 씨는 15년 간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했고 40년 동안 어르신 돌봄봉사도 했다. 박 씨는 현재 논현1동 통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안심마을보안관으로 활동하며 가스 누출을 발견해 큰 사고를 막은 경험도 있다. 홍 씨는 "우리 동네를 편안한 동네로 만들고 싶은 마음에 이번에도 신청했다"며 "작년보다 동네가 더 조용해지고 싸움도 없어졌다. 전엔 싸움이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순찰이 시작되자 이들은 먼저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편의점·마트 등 정해진 지점에서 앱에 점검등록 버튼을 누르면 위치가 저장된다. 사건·사고 등 특이사항이 있으면 사진을 첨부해 기록한다.
주택가를 지나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배출구역이 아닌 곳에 무단 방치된 쓰레기더미는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겼다. 지나간 길도 다시 돌아보며 걷던 중 번화가 네컷사진관 앞을 유심히 살폈다. 홍 씨는 "안에서 언쟁이 있을까 엄마의 마음으로 지켜본다"고 설명했다.
좁은 도로에 차량이 얽혀있으면 교통안내도 한다. 박 씨는 "주차위반을 하다가도 저희가 나타나면 딱지를 끊는 줄 알고 차를 뺀다"며 뿌듯해했다.
밤이 깊자 공원에서 혼자 맥주 한 캔을 마시는 남성을 발견했다. 때로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를 건넨 적도 있다고 한다.
이사온 지 얼마 안 된 시민이나 혼자 집에 가는 여성의 귀가를 돕기도 한다. 밤늦게 산책 나온 치매노인을 집으로 데려다 준 일도 있었다.
경사가 심한 골목을 오르내리기 반복하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보안관들은 힘든 기색 없이 차분하게 골목을 살폈다. 이들은 "의무감이 아니라 부모의 마음으로 지켜본다"고 했다. 이웃과 아들·딸들을 세심히 보살피고 마을을 보듬는다는 마음이다.
홍 씨는 "걷기운동도 돼서 전보다 건강해진 것 같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 안심마을보안관은 지역 주민들이 경찰의 차량 순찰이 어려운 골목길과 1인 가구 밀집지역 등을 반복 순찰하는 사업이다. 2021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본격 운영됐다. 올해는 63명이 15개 구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선발 경쟁률은 2.5대 1을 기록했다. 퇴직 경찰과 자율방범대원, 지난해 활동한 보안관 등이 지원했다가 탈락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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