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철 경찰청항공정비대장
실종자 수색·대테러·범죄 차량 추적
"항공은 순간의 판단이 생명"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헬기를 타는 경찰.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도 140명의 항공 경찰이 있다. 이들은 매일같이 실종자 수색, 대테러 작전, 범죄 차량 추적, 교통관리를 위해 헬기를 운항한다.
이문철 경찰청 항공정비대장은 조종사이면서 항공정비를 총괄하고 있다. 출동부터 착륙 후 정비까지 경찰 헬기 운영 전 과정이 그에게 달렸다.
10년간 군에서 헬기를 조종했던 이 대장은 먼저 경찰로 넘어온 선배의 권유를 받고 경찰 항공대에 지원했다.
"친한 친구가 조종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사고로 그 친구를 잃었는데 늘 마음에 남아 있었어요. 친구가 생각나 '교육만 받아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어느새 군에서 10년, 경찰에서 21년. 30년 넘게 조종하고 있네요. 군대는 전시 상황이 아니니까 비상이 걸릴 일은 없었죠. 하지만 경찰은 실전입니다. '수색해달라' '긴급 운항해달라' 경찰은 매일이 비상입니다."
경찰 헬기를 원하는 곳은 다양하다. 우선 가장 큰 업무는 대테러 작전과 경호·경비 활동이다. 실제 상황 대비를 위해 늘 훈련한다. 또 범죄용 차량의 추적 등 수사 활동도 지원한다. 양귀비나 대마초 등의 재배 현장을 단속하기도 한다.
인명구조도 빠질 수 없다. 최근 헬기 요청이 가장 많은 분야는 실종자 수색이다. 농어촌이나 산간 지역에서 치매 노인을 찾는 것도 경찰 항공의 업무 중 하나다. 교통관리와 수송 업무에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헬기에 장착된 고성능 카메라는 위반차량 번호판을 인식할 수 있어 사고 현장을 발견해 2차 사고를 예방하기도 한다.
사실 헬기를 이용한 구조 작업은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도 하는 일이다. 20여 년 전 경찰이 아닌 정부 기관에 항공대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경찰 항공대의 임무를 지키기 위해 이들과 차별화가 필요했다. 이 대장은 헬기에 처음으로 고성능 카메라를 도입했다.
"해경에도 항공대가 생기고 소방에도, 산림청에도 생기면서 경찰 항공대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어요. 외국 영화 보면 사고가 나면 경찰 헬기가 카메라로 거리를 딱 비춰주면서 수색하더라고요. 도입에 13억 원 정도 들었어요. 지금은 수색 작업과 교통관리 작업에 없어서는 안 될 기능입니다."
항공대는 순간의 판단이 생명이다. 기상 상황에 따라서도 수많은 결정이 필요하다. 기상이 안 좋은 경우에도 구조를 위해 구름 속에 들어갈 것인지, 위험을 무릅쓸지 결정하는 일은 항공대의 숙명이다.
"한번은 독도에 훈련하러 갔는데 바람이 너무 불었어요. 날씨가 계속 안 좋아지고 파도가 선착장으로 들이쳐서 착륙도 힘들었어요. 결정이 필요했죠. 결국 복귀하기로 했고 울릉도로 들어왔어요. 당시에 해경 헬기도 같이 갔는데 해경은 복귀가 늦어져 프로펠러가 부러져서 헬기를 교체했어요.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교체 비용이 든 거죠."
부산항공대에서 근무할 때는 헬기로 '깜깜이차'를 탄 도박꾼들을 검거한 적도 있다. 깜깜이차는 손님에게도 도박장 위치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특수 선팅 처리를 한 차량이다. 새벽 5시 헬기 요청을 받고 간 현장에는 논길이 펼쳐져 있었다. 경찰차로 추적하면 누가 따라오는지 한눈에 알아챌 수 있던 허허벌판이었다. 장애물이 없는 하늘 길을 움직이는 헬기만이 방법이었다.
"이리저리 피해 다니는 탑차를 위에서 지켜보면서 따라가 보니 창고가 나왔어요. 사행성 게임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아무리 쫓아가도 헬기가 있는 줄을 모르더라고요. 꿈에도 몰랐겠죠. 하늘 위에서 쫓아 올 줄은."
또 하나의 주요 업무는 정비대 관리다. 정비에는 6만여 종의 부품이 사용된다. 어떤 시기에 어떤 부품이 필요할지, 왜 이런 결함이 생기는지 세분화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부품들이 소모되는 속도에 따라 관리해야 해요. 정비에 대한 예측을 할 필요가 있는 거죠. 이 데이터가 구비돼있지 않으면 길게는 1년 이상 부품을 기다려야 할 때도 있어요. 미리미리 예측하고 필요한 순간에 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 대장은 항공대가 지금보다 더 많은 곳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조종사와 정비일의 구분을 떠나 저는 항공인입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발전하고 경찰 항공대가 더 많은 업무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게 가장 큰 소망입니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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