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전 장관·박지원 전 원장 등과 첫 재판
"무엇을 은폐했다는 것인지 납득 어려워"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법정에 선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2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 혐의로 기소된 서 전 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의 1차 공판을 열었다.
서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진 씨가 피격된 직후인 2020년 9월23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사건 은폐를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이미 수백명(각 기관 관계자)이 인지한 상황에서 그 다음날 대통령에게 보고까지 했는데 사실을 은폐할 마음을 먹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SI(특수정보·Special Intelligence) 삭제는 배포선 조정 일환이며 첩보 원본은 현재도 존재하고 증거로도 제출된다. 복사본 100부 만들었다가 70부 정도 지운 상황인데 무엇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건지 납득이 어렵다"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사건을 조작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국가안보실은 정보를 생산하지 않고 일선 기관 정보를 취합, 공유하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관리하는 기관"이라며 "구명조끼, 부유물, 신발, 도박빚 등 사실관계나 첩보는 각 기관 나름의 조사를 거쳐서 나온 것이며 안보실은 이런 첩보를 공유하도록 해 실체적 진상을 규명하려 했을 뿐 허위로 조작한다는 생각을 추호도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 사건을 '자진월북'으로 규정한 정부 문서를 검찰의 공소장에 견주기도 했다. 변호인은 "의견이 다르다고 허위공문서라니 동의할 수 없다"며 "수사 결과가 내 의견과 다르다고 허위공문서라고 할 수 없다. 검사가 기소한 사건이 무죄난다고 해서 공소장이 허위공문서가 아닌 것과 같다"고 말했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정무적, 정책적으로 판단한 내용을 많은 시간이 지나서 검찰이 사법적인 잣대로 평가하는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의 공소장이 '일본주의'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혐의와 무관한 상황이 장황하게 적혀 재판부 심증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공소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소장에는 서 전 실장이 피격 다음날인 2020년 9월23일 국가안보실 비서관 회의에서 사건을 즉각 공개하지 않고 보안유지를 지시하자 비서관들이 "실장이고 뭐고 다 미쳤어"라고 성토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 전 실장 변호인은 "마치 녹취록처럼 인용돼있는데 일부 얘기 들었다는 사람의 진술이 있는 듯하다. 이는 이른바 재전문 증거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고 이 말을 했다는 비서관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진술한다"며 "그런데도 이를 공소장에 기재했다. 언론보도용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욱 전 국방부 장관 측은 검찰이 사건 은폐조작을 공모했다는 1차 안보관계장관 회의는 SI 자료만으로 판단이 어려워 추가 자료를 확보해 재논의하기로 한 내용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SI 자료를 무분별하게 공개하지 말라고 했을 뿐 삭제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전 원장 측도 "관계법에 따라 안보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지만 의사결정할 지위에 있지 않았다"며 "다른 피고인들과 이 사건 보안지시에 공모 위치에 있지 않고 보안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전 국가안보실 비서관 A씨의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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