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탈모 치료비 지원 조례 심사 보류
일부 지자체는 지원사업 시행…'포퓰리즘' 지적도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청년 탈모' 치료비 지원을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의회는 조례안 논의를 시작했으나, 여야 간 입장차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일부 지자체가 이미 자체 지원 사업을 시작한 가운데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8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도시계획균형위원회는 지난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청년 탈모치료비 지원 조례 제정안'에 대한 심사를 보류했다. 이소라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조례안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19~39세 청년에게 경구용 탈모 치료제 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하는 내용이 뼈대다.
이 조례안은 서울시부터 반대했다. 김철희 서울시 미래청년기획단장은 전체회의에서 "조례에 따 사회적 효과나 영향력을 감안했을 때 정책의 우선 순위, 예산의 적절성, 정책의 효과성 등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임만균 의원(민주당)은 "미래청년기획단이 한걸음 더 나아가는 방향을 보여야하는데, 의원보다 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정 연령이나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에서 세대갈등은 필수다. 이걸 풀어가면서 정책을 실현시켜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당 서준오 의원 역시 "정책 판단은 형평성의 문제보다는 정책 결정권자가 사업의 필요성을 보고 정하는 것"이라며 "서울시가 2015년 도입한 청년수당도 처음 시행할 때 논란이 많았지만, 이후 다른 지자체도 시행하고 있다. 청년부터 시작해 사업을 확대하는 방향도 있다"고 했다.
반면 여당이자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은 서울시 편에 섰다. 김영철 의원은 "40대, 50대 중년세대가 청년세대보다 탈모환자 비중이 더 높은데, 똑같이 세금을 내는 중년세대 입장에서 공감 못할 것"이라며 "여드름, 라식, 치아 교정 등 의료 분야에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같은당 황철규 의원도 "포퓰리즘 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서 표를 얻기 위한 정책"이라며 "세대 갈등만 조장하기 때문에 논의도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찬반이 팽팽하다. 여론조사 애플리케이션 '서치통'이 1677명(남녀 무관)을 대상으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온라인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4.9%가 청년 탈모 치료 조례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 비율은 45.1%였다.
몇몇 지자체에선 이미 탈모 지원책을 추진하거나 시행 중이다. 서울 성동구는 이달부터 만 39세 이하 탈모 환자에게 1인당 20만원의 치료비를 지원한다.
충남 보령시는 만 49세 이하 탈모 환자에게 2년 동안 최대 2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고, 대구시도 지난해 말 관련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해 지원안을 가다듬고 있다.
다만 형평성 문제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탈모로 청년들이 사회생활을 못할 정도로 문제가 된다면, 심리치료나 정신과 치료를 지원해 주는 게 맞다"며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문제이기도 하지만, 손에 현금을 쥐어주는 게 아니라 다른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회장은 "탈모도 질환이니까 돕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목숨을 담보로 하고 있는 환자들은 치료비가 없어서 개인뿐 아니라 가족이 무너진다"며 "정책엔 우선순위라는 게 있는데 조례안이 계층, 지역, 세대 간 싸움을 부추길 수 있다. 보류가 아니라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조례안은 보류가 결정된 만큼 이번 본회의 상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소라 의원은 "일단 논의는 멈춘 상태"라며 "집행부와 좀 더 얘기하고, 심도있게 고민한 뒤 안건을 재회부 시킬지 상황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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