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회비 지로통지서 발송을 위해 정부에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 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법조항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한적십자사 조직법에 청구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대2로 기각·각하 결정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이 법 조항은 대한적십자사가 회비 모금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자료를 요청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제공하도록 규정한다. 대통령령에는 제공할 수 있는 자료로 주민등록법에 따른 세대주의 성명 및 주소가 명시됐다.
적십자사는 2020년도 적십자회비 모금을 위해 행정안전부에 이 조항들을 근거로 전국의 만 25세 이상 만 75세 미만 세대주의 성명과 주소를 요청해 제공받은 뒤 적십자회비 지로통지서를 발송했다. 통지서를 받은 일부 시민들이 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행안부가 이미 자료 제공을 마친 뒤이므로 청구인들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어졌다며 '자료 제공 행위'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다.
'지로통지서 발송 행위'에 대한 청구는 적십자 회비 납부는 자율이기 때문에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의 대상인 공권력의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각하했다.
적십자사 요청·정부 제공 자료의 범위를 법률에 미리 상세하게 정하기는 어렵고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어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해 '포괄위임금지원칙'도 위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적십자사가 요청하면 국가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제공하도록 한 대목도 제공 정보가 대부분 개인정보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율을 받는다고 볼 수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공공기관인 적십자사는 개인정보 보호법, 주민등록법을 준수해야 하며 위반하면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제한도 최소화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선애, 문형배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국가가 자료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나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이번 결정은 적십자사 지로통지서가 전국의 세대주에게 발송되는 근거규정인 적십자법 및 시행령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헌재의 첫 판단이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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