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늑약', '정권 시녀' 원색적 비난도
"거취 문제 늘 고민"이라면서도 유보적
[더팩트ㅣ주현웅 기자] 경찰국 신설부터 이태원 참사 및 정순신 사태까지 경찰에 바람 잘 날이 없다. 윤희근 경찰청장 취임 후 약 8개월 동안 연달아 불거진 초대형 논란에 일각에선 ‘청장 리스크’를 거론한다. 경찰 내에서 용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 등에는 윤 청장에 불만을 토로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경찰국 신설과 이태원 참사, 최근 총경급 인사 파동에 이어 차기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됐던 정순신 변호사 부실 검증 등 누적된 불만을 터뜨리는 내용이 많다.
한 경찰관은 정 변호사 학폭 논란을 두고 "이번 소동은 순리를 거스르고 강행한 인사 참사"라면서 "조직이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소신 있게 말 한마디 못하는 무능한 경찰청장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용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경찰관은 "경찰국 설치, 총경 인사, 검찰 출신 국수본부장 추천 등을 지켜보며 취임일성이었던 경찰의 중립성을 흔들림 없이 지켜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 윤 청장은 지난해 8월 취임 직후부터 일선 경찰관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전임 김창룡 청장이 경찰국 신설을 ‘경찰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로 규정하고 항의성 사임했으나 윤 청장 취임 이후 경찰이 더욱 무력해졌다는 인상이 컸다.
특히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또는 중간관리자급 경찰관들이 검찰에 송치된 반면 윤 청장은 지휘 총책임자인데도 수사를 피하며 ‘일선 책임 떠넘기기’ 의혹이 일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과 당시 행사에 참석한 총경들을 대상으로 한 ‘좌천 인사’ 논란은 조직에 배신감을 안겼다는 목소리까지 키웠다.
경찰청이 지난 2일 단행한 총경급 457명의 전보인사가 절정이었다. 작년 7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에 참석한 이들 상당수가 경정 혹은 갓 진급한 총경이 맡는 상황팀장에 배치되는 등 보복성 인사라는 논란이 일었다.
내부망에서 한 경찰관은 이 문제를 놓고 "휴일을 반납한 채 열띤 토론과 의견수렴 절차를 주도한 총경들에 격려와 응원도 못 해주냐"며 "국민과 조직원들을 외면한 채 장관과 대통령만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윤희근 청장님 꼭 그렇게 하셨어야 했습니까’, ‘경찰청장의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은 가히 1905년 을사늑약과 같다’, ‘정권의 시녀’ 등 원색적인 비난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윤 청장은 사퇴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퇴진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거취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청은 정 변호사가 사의를 표한 바로 다음 날부터 국수본부장 후임자 추천 절차를 논의했다. 앞선 공모는 내정까지 약 50일 걸렸으나, 이번 절차는 지휘부 공백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속도감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
chesco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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