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본부장 등장" vs "또 하나의 검찰청 전락"
[더팩트ㅣ최의종 기자·정채영 기자·조소현 인턴기자] 경찰 수사사무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됐다. 경찰청은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업으로 책임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경찰청은 경력경쟁채용 절차를 거쳐 2대 국수본부장에 정 변호사(57·사법연수원 27기)를 최종 선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 변호사를 국수본부장에 임명했다. 임기는 오는 26일부터 2025년 2월25일까지다.
한국의 FBI라는 기치를 걸고 국수본 초대 본부장으로 일했던 남구준 본부장은 25일을 끝으로 2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취임 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 등 사건을 이끌기도 했으나, 주요 사건 수사에서 존재감이 미비했다는 평가가 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사무를 국가경찰과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눈 상황에서 수사경찰 사무조직인 국수본 기틀을 닦은 공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있다. 경찰청장과 관계 설정 등 '수사경찰' 독립성이 모호했다는 비판도 있다.
임명 전부터 유력설이 돌았던 정 본부장은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사법연수원 동기이기도 하다. 2011년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2과장 시절 대검 부대변인을 지냈고,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사장과 인권감독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특수통'으로 꼽힌다. 1998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검사로 전직한 뒤 인천지검 특수부장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을 지냈다. 2016년에는 국정농단 의혹 수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4년 후배인 검사 출신 정 본부장이 취임하면서 경찰 내부는 술렁이고 있다. 검찰과 협상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와 수사권 조정 의미가 퇴색됐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향후 정 본부장 행보에 경찰 수사 독립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남 본부장의 한계로 꼽혔던 '경찰청장과 독립'은 보장될 수 있으나, 검찰과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 주목된다. 검사 출신이나 경찰 수사 총책임자로서 검찰에 '할 말은 하는 지휘관'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한 지방청 간부는 "검사가 없으면 경찰은 범죄를 척결하지 못할 것처럼 생각하고, 검찰 수사권을 조정했다가 이후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됐던 것이 시행령을 통해 확대됐다"라며 "수사권 조정 본질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한 간부는 "검사 출신 임명으로 자존심이 상했다는 점에 공감은 하지만, 일선에서는 앞선 국수본부장 존재감이 미비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선 수사관들 업무 과다를 비롯해 검찰과 협상력 등을 보면 힘 있는 국수본부장도 필요하다"라고 봤다.
전문가들도 경찰 수사권이 강화될 것이라는 의견과 또 하나의 '검찰청'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비판이 공존한다. 결국 정 본부장이 향후 행보에서 태생상 '검사' 출신 또는 3만명 '수사경찰 지휘관' 중 어느 곳에 방점을 찍을지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검찰의 시각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경험이 경찰 출신보다 장점이 될 수 있다"라며 "정권의 신임을 받는 점을 고려하면 경찰 수사권이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그는 경찰 수사 위상 자체도 달라지리라 전망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검경이 하나의 조직이 아닌데 이제 한 몸통처럼 정권 입맛에 맞게 수사할 우려가 있다"라며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결국 국민 인권보호에 피해가 생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번 인사도 청장 의지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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