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보니…"5503억 환수 주장, 객관적 사실과 합치"
공표 시점 문제였다는 지적도…입증 쉽지 않을 듯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사건 최대 쟁점은 배임 혐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에게 개발 정보를 알려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는 반면 이 대표는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한다. 배임은 입증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위례신도시 사건으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엄희준·강백신 부장검사)는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4895억원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에서 전체 개발이익의 70%인 6725억원이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의 원래 몫이라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사업 구조를 초과이익 환수가 아닌 확정이익으로 해 민간사업자들에게 특혜를 몰아줬다고 의심한다. 공사가 6725억원이 아닌 확정이익 약 1830억원만 배당받도록 해 4895억원의 손해를 성남시에 끼쳤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배임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확정이익을 택한 것은 인정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을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확정이익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민간업자들이 천문학적 이익을 얻은 것은 성남시장 권한 밖의 일이며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추가로 이익을 환수할 기회를 놓쳤다고 의심하지만 이 대표는 공모지침서에 배당개요가 정해진 상태에서 예상을 넘어선 이익이 발생한다고 추가로 배당을 요구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손실이 나 시가 되려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로 5503억원의 이익을 봤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추가로 부담시켜 손실을 입히고 시와 공사 이익을 더 확보했다고도 주장한다. 배당금 1830억원에 대장동 일당에게서 1공단 공원화 조성비용과 서판교 터널 공사비 등을 추가로 환수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정은 지자체장의 재량이라는 게 이 대표의 핵심 주장이다.
이 대표는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된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장동 사업으로 5503억원을 환수했다고 홍보했지만 검찰은 개발이익이 없는데도 이 대표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고 세부적으로 진실과 약간의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에 불과해 이를 허위사실 공표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5503억원을 환수했다는 이 대표의 주장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다만 선거법 재판은 수익금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표가 5503억원으로 확정된 것처럼 표현한 것이 오히려 주요 쟁점이었다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장동 공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환수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을 놓고 다퉜다는 말이다. 2019년 1월 열린 첫 재판에서 검찰은 공소사실을 설명하면서 "대장동 개발사업은 초기라서 구체적 개발이익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 이 지사 측 주장과 달리 선거기간 중에는 착공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업적으로 공보물에 활용한 시점이 허위사실에 해당했다고 본 것이이다.
배임 혐의는 입증이 까다롭다는 게 법조계 일반적 평가다.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해서 자신 또는 제3자에게 이익이나 손해를 끼쳤을 때 배임이 성립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배임의 고의성 입증이 쉽지 않다. 대장동의 경우에는 정책 판단의 문제이고 초과이익 환수를 약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배임이라고 볼 수 있을지도 문제다. 확정이익을 택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혐의 입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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