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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상도 아들 통해 50억 달래' 김만배 녹취 안 먹힌 이유

  • 사회 | 2023-02-12 00:00

곽상도 1심 재판부, 전문진술 불인정
이재명 겨냥 폭로도 신빙성 논란 예상


대장동 개발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을 돕고 아들을 통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 퇴직금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무죄 판단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로 주목받았던 주요 증언들은 '전문진술'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배척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곽 전 의원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 사건 1심 판결문을 통해 전문진술(남에게 들은 사실을 전하는 진술)과 재전문 진술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전문진술 가운데에는 '스모킹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내용도 포함돼 있다. 녹취록상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는 "OO(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 씨) 아버지는 돈 달라 하지. OO 통해서", "그래서 '뭘? 아버지가 뭐 달라냐?' 그러니까 '아버지한테 주기로 했던 돈 어떻게 하실 건지' 그러더라", "그래서 '야 인마. 한꺼번에 주면 어떻게 해? 한 서너 차례 잘라서 너를 통해 줘야지" 등의 말을 했다.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김 씨에게 돈을 받으려는 속셈을 비추는 내용이지만,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 곽 씨에게 말한 내용을 김 씨에게 말하고, 이 말을 정 회계사가 녹음한 재전문 진술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라고 판단했다.

남욱(맨앞)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정 회계사의 일부 진술도 전문진술로 분류됐다. 정 회계사는 2021년 3월경 화천대유 전무 A 씨가 곽 씨에게 성과급 50억 원을 지급하는 걸 반대하자, 김 씨가 설득하는 과정에서 "컨소시엄에 깨지지 않게 도와준 대가"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이러한 내용은 A 씨에게서 들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씨의 진술을 A 씨를 통해 들은 정 회계사의 진술로 재전문 진술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남욱 변호사의 진술도 이 같은 이유로 배척됐다. 남 변호사는 "큰일 날 뻔 했다. 컨소시엄이 깨질 뻔했는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 회장한테 전화해서 막아줬기 때문에 선정될 수 있었다"라는 말을 김 씨에게서 들었다고 검찰 및 법정에서 진술했다. 곽 씨가 컨소시엄 와해 위기를 막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김 씨에게 해줬다는 사실을, 김 씨가 전해줘 남 변호사가 법정에서 진술하게 된 형태로 재전문 진술에 해당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남 변호사는 "2018~2019년경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씨에게 '곽 전 의원이 나한테 50억 지급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2019년경부터는 김 씨에게 '곽 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을 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라는 진술도 했지만, 이 역시 곽 전 의원과 김 씨를 거쳐 남 변호사가 진술한 재전문 진술이다.

이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 외에서의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은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310조의2 조항을 따른 판시다.

다만 정 회계사의 녹취록 자체의 증거 능력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아닌 일반인이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용의 인위적 조작이 없어야 하고, 당사자로부터 사진술 내용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 회계사의 녹취록에 대해 "녹음기로 대화를 녹음한 후 파일 변경 등의 조작을 가하지 않았고 대화 도중 상대방의 의도와 다르게 답변을 유도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대화를 그대로 녹음했다"고 판단했다.

남욱(맨앞)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남욱(맨앞)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선고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남용희 기자

남 변호사는 구속기간 만료로 풀려난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데, 대부분 전문진술 형태를 띠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21일 불구속 상태로 출석한 첫 재판에서 유 전 본부장이 본인이 쓸 돈은 아니고 높은 분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말씀하셨다"며 "(높은 분은)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다. 그 이상은 모른다"라고 말했다.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같은 날 그는 또 "천화동인 1호 지분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기분이라는 것을 김 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모두 유 전 본부장과 김 씨에게 들은 말을 법정에서 밝힌 전문진술이다.

같은 달 25일 공판에서도 "2011년 말에서 2012년 초 김 씨가 이들 3명을 통해 이재명 시장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했고, 2012년 초부터 최윤길 성남시의회 의원 등이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 실장 정도는 직접 만나 상의했다고 최 의원에게 들었다"라며 최 전 의원의 말을 전했다.

지난해 12월 9일 공판에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자신의 핵심 공약 달성 비용을 조달하는 대가로 대장동 사업 수익을 민간 사업자에게 몰아 주기로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서도 "명시적인 어떤 공문이나 내용을 본 사실은 없다. 유 전 본부장이나 김 씨를 통해 직접 들은 내용"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대장동 일당 폭로의 경우 전언에 전언을 거듭한 전문진술이 많이 신빙성이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폭로'가 나온 사건 역시 곽 전 의원의 1심 사건을 맡은 형사합의22부에서 심리 중이다. 결국 검찰이 전문진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를 얼마나 확보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의 진술 외에 증거 관계는 법정에서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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