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 앞에 하루하루가 생지옥" 무죄 주장
징역 5년 구형…배우자·靑 동료도 함께 선고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가족 비리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1심 판결이 기소 3년여 만인 2일 선고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정곤 장용범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의 1심 선고기일을 연다.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에 대한 1심 결론도 함께 내린다.
이 사건은 조 전 장관을 중심으로 청와대 감찰 무마와 가족 비리 의혹 두 갈래로 나뉜다. 기소는 2019년 12월과 이듬해 1월 각각 이뤄졌고, 심리와 구형 등 재판 절차도 각각 진행됐다.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하던 중 유재수 전 부산 경제부시장을 감찰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비위 혐의를 확인하고도 위법하게 감찰 중단을 지시하고 정상적인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부하 직원이었던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조 전 장관 등은 유 전 부시장의 중대한 비위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도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키고, 당시 유 전 부시장의 소속이던 금융위원회가 자체 감찰 조사나 징계 없이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사안을 마무리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찰 무마건은 지난해 11월 먼저 변론이 마무리됐다. 검찰은 "엄정하게 대통령 주변을 감시해야 하는 중책을 맡은 사람들임에도 권력과 가까운 사람의 부정한 비위를 감시할 책무를 방기함으로써 국가 권력을 사유화했다"라며 백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박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가족 비리 의혹은 △사모펀드 관련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업무방해) △자녀 입시 관련 혐의(업무방해·사문서위조 등) △부산대 장학금 뇌물(뇌물수수·청탁금지법 위반)이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7년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 다른 사람의 명의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와 웰스씨앤티의 주식, 2차전지 업체 WFM의 실물 주식 7만 주 등을 보유하면서 이를 처분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의 직접투자를 금지하고 있다.
또 정 전 교수 등과 공모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허위 인턴 활동 증명서 등을 자녀 대학원 입시에 제출한 혐의도 적용했다. 아들 조모 군이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온라인 시험을 보던 중 조 전 장관이 아들로부터 문제를 전달받은 뒤 대신 풀어 답을 보낸 혐의도 포함했다.
딸 조민 씨와 관련해서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가운데 600만 원이 노 전 원장의 뇌물이라 보고 뇌물수수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노 전 원장도 부산대병원장 등 고위직 진출을 바라고 청탁 명목으로 장학금을 건넨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밖에 조 전 장관은 정 전 교수가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를 불러 자택 PC 하드디스크 교체를 지시하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코링크PE 운용현황보고서를 위조하도록 지시하는데 공모한 혐의(증거은닉교사·증거위조교사)도 받고 있다.
가족 비리건은 지난해 12월 재판 절차가 마무리됐다. 검찰은 "수많은 증거를 외면하고 반성도 하지 않고 있다"라며 조 전 장관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200만 원,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자녀 입시 비리건으로 징역 4년이 확정된 정 전 교수에 대해서도 징역 2년을 추가로 구형했다. 노 전 원장에게도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이뤄진 최후진술 절차에서 "최소 70곳을 압수수색 당하고 가족 컴퓨터 속 문자가 공개돼 조롱받았다. 하루하루 생지옥 같았고, 압도적 검찰권 행사 앞에서 저는 무력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법을 공부하고 가르쳤지만, 지금처럼 피고인이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법원이라는 걸 절실히 느껴본 적이 없다"라며 "한 명의 시민으로서, 아내와 자식을 수발해야 하는 집안 가장으로서 호소한다. 검찰의 주장이 실제와 다를 수 있음을 봐달라"고 호소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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