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북사업·방북비용으로 800만 달러 지급 진술
"이재명 모른다"에서 "전화통화"…모친상 측근 조문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대장동 조사를 놓고 갈길이 바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성태 암초'를 만나는 모양새다.
8개월간 해외도피 끝에 국내 송환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 대표와의 관계를 비롯해 대북송금 혐의 등을 놓고 애초 해명과 결이 다른 진술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쌍방울 의혹의 본류로 여겨졌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아닌 다른 곳에서 불거져 나와 주목된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최근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의 조사에서 2019년 북한에 총 80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애초는 쌍방울과의 대북 사업 대가로 460만 달러를 지급했다고 전해졌으나 검찰 조사에서는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사업 지원비용으로 500만 달러, 이재명 대표의 방북비용으로 300만 달러를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8년 10월4~6일 평양에서 열린 10·4 정상선언 11주년 기념식 방문차 방북해 경기도-북한 교류협력을 위한 6개 사항에 합의했다. 합의 사항에는 황해도 1개 농장을 선정해 양측이 농림복합형(스마트팜) 시범농장을 운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당시 교류협력 방안의 서면합의를 위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연내 방북도 거론됐다. 다만 이듬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북한은 쌍방울 측에 이때 경기도가 지원하기로 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방북 추진 비용 300만 달러를 요구했고 김 전 회장이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같은 대북 지원 과정을 이 대표가 알고 있었는지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은 당시 남북교류 사업이 최종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였는데 북한에 수백만 달러부터 지급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북미-남북관계가 경색되는 과정에서 경기도지사의 방북 추진은 불가능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또 이재명 대표와는 얼굴을 본 적도 없고 전화 통화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지만 석연치않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9년 초 중국에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송명철 부실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화영 전 부지사가가 전화를 바꿔줘 이 대표와 통화한 적이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누군가가 술 먹다가 (김 전 회장의) 전화를 바꿔줬다는 얘기가 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모친상에 서로 측근이 조문을 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쌍방울 전 비서실장 A씨는 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지사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2019년 5월 김성태 전 회장의 모친상 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당시 경기도 비서실장인 B씨가 조문을 왔다고 증언했다. B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일 때부터 보좌해온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다만 B씨는 본인 이름으로 조의금을 냈고 경기도지사 명의의 조의금이나 화환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듬해 3월 이재명 대표의 모친상 때는 쌍방울 고위 관계자가 조문을 간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해졌다.
이같은 의혹에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찰의 신작 소설이 나온 것 같다. 종전의 창작 실력으로 봐선 잘 안 팔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김성태 전 회장의 최장 구속기간인 2월5일까지 기소 전 수사에 고삐를 더 죌 것으로 보인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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