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전 국가안보실장·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첫 재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고 '월북 몰이'를 한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정부 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박정길 부장판사)는 20일 오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공판은 정식 공판에 앞서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세우는 준비기일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다. 서 전 실장 등 피고인들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서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 발생 후 공식 발표 때까지 보안 조치를 한 적은 있지만 사건을 은폐할 어떠한 생각도 한 적 없다. 월북 몰이라는 (검찰의)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서 전 장관 측 변호인도 "사건 관련 첩보의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지시했을 뿐 삭제하라고 한 적 없다"라며 "이는 국방부에서 국가안보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에게는 검찰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할 권한 자체가 없었다"며 "극단적 선택과 실족, 월북이라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을 뿐 (명확히) 판단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노은채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역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자세한 사항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피고인이 많고 관련 기록이 방대한 사건인 만큼 재판부는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속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기일은 27일로 예정됐다.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기소된 서 전 실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서 전 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발생 당시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 및 해경청장에게 사건 은폐를 위해 보안유지 조치를 지시해 이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해양수산부 공무원이었던 이 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숨기고 해경으로 하여금 실종 상태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사망 사실이 드러난 후에는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처럼 국방부·국정원·해양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보고서나 보도자료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청장은 이 씨의 월북 가능성 및 판단 등에 대한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배부해 고인과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의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허위 내용이 포함된 정보공개 결정통지서 작성해 교부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29일에는 박 전 원장을 비롯해 서 전 장관과 노 전 비서실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사건 발생 다음날 국정원 직원들에게 관련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하는 방심으로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장관은 직원들에게 서 전 실장의 보안유지 지시를 이행하게 하고, 이 씨와 관련된 여러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이 씨가 자진 월북한 것이라는 취지로 관련자들에게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거나 허위 발표자료 등을 작성해 배부한 혐의도 받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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