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일본주의 주장 받아들인 듯…검찰 "검토해보겠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를 받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공소장을 놓고 재판부가 '너무 상세하다'고 지적했다. 피고인 측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는 19일 김 전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남욱·정민용 변호사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장에서 전제 사실 부분을 이렇게 상세하게 기재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간략하게 정리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과거에는 특히 공안 사건에서 전제사실을 상당히 길게 작성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지만, 2019년 이후부터는 (전제사실이 너무 방대할 경우) 공소권 남용으로 인정받은 경우가 꽤 있다.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례만 5건"이라며 "공소장 자체는 법적 구성요건을 중심으로 전제 사실을 간략하게 정리해달라"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란 판사의 예단을 방지하기 위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만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김 전 부원장과 남 변호사 측은 "공소장에 기본적 범죄사실은 1~2 페이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재판부가 이 사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는 검찰의 주장이 전제 사실로 기재돼 있다"며 사건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재판부 요구에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6일 세 번째 공판준비절차를 밟은 뒤, 3월부터 정식 공판을 열 예정이다. 정식 공판은 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 출석 의무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2021년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에게서 네 차례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 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 기소됐다.
김 전 부원장은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2013∼2014년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총 1억 9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도 받고 있다. 김 전 부원장은 두 혐의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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