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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납치했다" 보이스피싱 돈 심부름한 유학생

  • 사회 | 2023-01-07 00:00

"학업 중단 위험 감수했다고 보기 어렵다"
항소심도 "1심 판단 수긍"…무죄 확정


아내를 납치했으니 돈을 가지고 오라는 보이스피싱 범죄 현금 수거책으로 일한 유학생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새롬 기자
아내를 납치했으니 돈을 가지고 오라는 보이스피싱 범죄 현금 수거책으로 일한 유학생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아내를 납치했으니 돈을 가지고 오라는 보이스피싱 범죄 현금 수거책으로 가담한 외국인 유학생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한국 사정에 어두워 범죄임을 알지 못했고, 학업 중단을 감수하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2부(맹현무 김형작 장찬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학생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A 씨는 2020년 12월 온라인상에서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제안을 받고 범죄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수거책 역할을 하게 됐다.

그에게 일을 제안한 조직원은 같은 달 한 남성에게 "당신 와이프를 납치했다. 돈이 목적이니 3000만 원을 준비해라"라고 거짓말해 1000만 원을 편취했다. A 씨는 이 과정에서 서울의 한 주차장에서 현금을 교부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액의 현금을 받아 타인에게 이를 전달했으면서도 구체적인 거래 사정에 대해 알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행한 점, 이 일을 한 대가로 35만~40만 원에 이르는 돈을 받은 점 등에 의하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임을 알고 현금을 수거했다는 의심이 든다"라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한국 사정에 어두워 보이스피싱 범행의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고, 한국 대학에 재학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업을 중단할 위험을 감수하고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에게는 불법성 인식과 보이스피싱 범행과 연관돼 있을 수도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라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항소심 판단에는 "항소심은 예외적 사정 없이 1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라는 대법원 판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해당 판례는 1심이 인정한 사실을 뒤집을 수 있는 예외적 사정으로 △1심의 증거 판단이 명백히 잘못된 경우 △사실인정 과정이 논증에 어긋나는 경우 등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기 현저히 부당한 때를 판시하고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최초 범행이 발각된 뒤 수사기관에 협조적으로 대응했고, 원심은 이같은 태도를 포함해 여러 사정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라며 "이를 수긍할 수 있고 달리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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