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립 요건 '공연성' 충족 안된다고 판단
"신어머니·신딸, 상당히 친밀한 관계"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신딸에게 동료가 도둑질을 했다는 거짓 험담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무속인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벗었다. 수년간 알고 지낸 신딸에게 한 발언의 '공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3부(김형작 장찬 맹현무 부장판사)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 A 씨에게 벌금 70만 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20년 5월 신딸에게 동료 무속인 B 씨가 금품을 훔쳤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해 B 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A 씨와 사이가 틀어진 신딸이 이 사실을 B 씨에게 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했다는 일시나 장소에 관한 신딸의 진술에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들었다는 신딸의 핵심적인 진술은 믿을 만하다"며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A 씨는 항소했다. A 씨 측은 B 씨가 도둑질을 했다는 말을 한 사실 자체가 없고, 설령 그런 말을 했더라도 신딸에게 언급한 것에 불과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다고 항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과 같이 A 씨의 발언을 사실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전파가능성이 없어 공연성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명예훼손죄 성립 요건으로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한 상태를 말하는 공연성이 있다. 대법원은 소수의 사람에게 사실을 적시했더라도 그 소수의 사람들이 불특정 다수에게 사실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면 공연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대법은 발언자와 그 상대방이 사적으로 친밀한 관계에 있다면 비밀이 보장되리라는 기대가 높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에서 오간 말이라도 전파될 수 있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한다고 판시한다.
이 사건의 경우 신어머니와 신딸이라는 친밀한 관계에서 오간 발언이기 때문에, A 씨로서는 신딸이 다른 이에게 말을 전파하리라 예상할 수 없었다고 봤다. 실제로 신딸은 A 씨와 사이가 틀어진 후 B 씨에게 A 씨의 발언 사실을 알려줬을 뿐, 다른 사람에게는 전파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은 신딸과 전화 통화나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일대일로 행해졌다. 두 사람은 수년간 알고 지낸 사이로 신어머니와 신딸의 관계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신딸이 피고인과 사이가 틀어지자 B 씨에게 피고인의 발언 사실을 알려 줬을 뿐 B 씨 외에는 이를 전파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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