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수준 인식해야" vs "밀집공간 폭증 우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에 대한 기준을 확정하면서 ‘실내 마스크 해제’의 첫 발을 뗐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3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코로나19 유행 상황과 시설별 위험성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이번 7차 유행의 환자 발생 추세가 정점을 지나 안정화되고 위중증·사망자 추세도 감소세에 진입하면서 의료대응 역량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착용 의무를 권고로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번 7차 유행이 정점을 지나면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 2개 단계로 나눠 단계별 조정에 들어간다.
1단계 조정 시점은 4개 지표 중 2개 이상 충족될 경우 논의를 거쳐 시행한다. 조정 지표는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의 4개 지표 등 2개 이상이 충족돼야 한다.
방역당국은 1단계 조정 지표가 충족되면 실내에서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고로 전환한다. 하지만 고위험군 보호 등을 위해 의료기관, 일부 사회복지시설 등 감염취약시설과 대중교통에선 당분간 착용 의무를 유지한다.
이후 2단계 조정 시점은 ‘심각’ 단계인 국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경계’ 또는 ‘주의’로 하향되거나 현재 2급 감염병인 법정 감염병 등급이 4급 감염병으로 하향될 경우에 시행된다. 해당 단계가 조정되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 일부 실내 공간에서도 착용 의무를 해제하고 필요한 상황 등에서만 착용을 권고하는 방역수칙 생활화로 전환한다.
정부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움직임에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28) 씨는 "치사율이 낮아진 코로나를 이제는 독감 수준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낮아진 만큼 착용하고자 하는 사람만 착용하도록 하는 게 맞다. 빠르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 강남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박모씨(35)는 "경제가 침체 국면인 상황에서 마스크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다"면서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안쓰다가 건물을 오갈 때만 착용하는 마스크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밀집된 공간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확진자가 폭증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 중인 홍모(69) 씨는 "최근 확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실내 밀집공간에서 마스크 미착용자가 많아진다면 더 가파른 증가세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권고 사항을 지켜 감염을 예방해야한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은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마스크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모든 호흡기 감염병, 접촉으로 감염될 수 있는 감염병에 굉장히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라며 "의무 사항을 ‘권고’로 바꾸는 것이지, 필요 없다라는 해제의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향후 모니터링을 거쳐 관련 지표 충족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중대본 논의를 거쳐 1단계 조정 시점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 청장은 1단계 조정 시점에 대해 "1월 중에 (확진자 증가세가) 완만한 정점에 이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이후에 2주 정도 관찰하면서 감소세를 확인하면 이후에 중대본과 전문가 논의를 거쳐서 조정 시점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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