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하철 시위' 강제조정 결정…서울시는 휴전 하루 만에 '손배소' 방침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지하철 선전전을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법원은 전장연과 서울교통공사의 갈등에 '엘리베이터 설치'와 '시위 중단'이라는 조정안을 제안했고, 서울시는 승하차 시위 재개 시 손해배상 청구소송 방침을 세웠다.
2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6일부터 출근길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선전전을 펼쳐왔다. 지난달엔 국회 상임위에서 장애인 관련 예산 증액분(6653억)이 반영되자 출근길 지연 시위를 이틀(16~17일)간 유보했다.
이후 지하철 시위를 재개한 전장연은 지난 14일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무정차 통과 방침에 반발해 선전전을 강화했다. 승하차 시위 장소는 당초 삼각지역이었지만, 앞으로는 사전 공지 없이 서울 곳곳에서 선전전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서울시가 2004년까지 지하철역에 리프트를, 올해 말까지는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과할 때까지 매일 시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애인 관련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지하철 시위 방법을 다시 고민하거나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에 오는 23일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여기에 맞춰 오세훈 시장은 휴전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관련 예산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는 경우 시위 재개 여부를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예산안 처리 시점까지 시위를 중단해달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이를 받아들여 시위는 잠정 중단됐다.
법원도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 19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내렸다. 강제조정은 당사자 합의를 통한 조정이 어려울 때 직권으로 내리는 결정으로, 2주 내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 김춘수 판사는 서울시에 2024년까지 서울지역 275개 지하철 역사 중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를, 전장연에는 향후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교통공사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21일 '전장연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할 경우 서울시가 4억~5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는 방침이 알려졌다. 서울시 측은 향후 시위가 피해를 발생시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라며 내용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에 박경석 공동대표는 "휴전을 논하고 단 하루 만에 협박성으로 언론플레이 한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시와 시장은 무엇을 원하는지 혼란스럽지만, 예산안 결과 이후 서울시의 협박성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답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법원의 강제조정에는 고심하고 있다. 박 대표는 "(리프트 사고 등) 사람이 죽어도 서울시는 유감표명만 할 뿐이다. 당초 2022년까지 시설을 설치한다는 약속도 안 지키면 그냥 마는 것"이라며 "우리는 시위하면 벌금을 내라고 하니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정안을 받을지 안 받을지 회원 등 내부 의견을 들어보고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국회 예산 통과부터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추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을 정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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