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인권침해 관련 첫 소송에 피해자·유족 75명 참여
피해자 1인당 5천만원…중앙지법·부산지법에 나눠 소 청구
[더팩트ㅣ조소현 인턴기자] '한국의 아우슈비츠'라고 불리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들이 국가와 부산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선다. 사회복지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에 대한 첫 소송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은 국가범죄의 피해자들이다. 생존 피해자 71명과 고인이 된 피해자 정모 씨의 유족 4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과 부산지법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구금액은 원고 1인당 5000만원 정도로 총 37억5000만원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관련 소송 중 최대 규모다.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은 부산의 사회복지법인인 형제복지원이 군사독재 시절 이른바 '부랑인 선도'를 목적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키는 등 대표적인 인권 유린을 저지른 사건이다. 1975년부터 1986년까지 3만8000여명의 인원이 강제수용됐고, 사망자는 657명에 이른다.
지난 8월24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하거나 이들의 허가와 지원, 묵인하에 부랑인으로 지목된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해 장기간 자의적 구금한 상태에서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형제복지원 피해청구변호인 단장을 맡은 이정일 변호사는 "두 가지 측면의 불법행위가 있다"며 "국가는 국민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해야 할 적극적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위(인권침해)는 자행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형제복지원에 대한 정부·부산시의 관리·감독 소홀 △국민생명을 보호할 주의의무를 위반한 점 등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일 변호사는 "대법원이 긴급조치 9호 피해에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은 발령 행위에 수반된 일련의 과정들이 국가의 주도적인 객관적 주의의무를 위반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도 내무부 훈령이나 부산시 조례에 근거해 '부랑인'이라는 명목으로 강제 구금돼 온갖 가혹행위가 발생했기에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다.
민변 회장인 조영선 변호사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특히 경찰에 의해 (형제복지원에) 강제 입소된 경우가 80% 이상이다. 부랑인이어도 강제로 구금하면 안 되는데 당시 내무부 훈령 상 부랑인도 아니었다"며 "배우고 여러 가지 직업을 익혀야 할 젊은 나이에 감금돼 폭력에 노출됐다. 국가배상소송을 하는 건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난이 단순히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국가의 인권침해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도 참석했다. 피해자 임영택 씨는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죄를 입증해야 하냐"며 "국가도 잘못을 인정했고 대통령도 '국민만 보고 가겠다' 했으니 대한민국이 인권을 지켜주는 나라라면 (피해자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박순이 씨도 "피해자들이 한 번이라도 편하게 웃는 걸 보고 싶다"며 "돌아가실 때 아픔의 50%만이라도 풀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1차 소송으로 민변은 추후 2차 소송도 진행할 방침이다. 이번 소송에서는 일괄적으로 1인당 5000만원의 청구금액으로 소장을 접수했으나 향후 피해자들을 진술을 청취한 후 청구취지를 확대하고, 피해액수도 특정할 계획이다. 조영선 변호사는 "피해자 191명 중에서 72명이 1차 소송으로 진행하고 있고 추가로 접수하는 분들이 있다. 아직 소를 제기하지 못한 분들이 꽤 있어서 추가 소송을 할 계획"이라며 "우리 사회에 있어선 안 될 인권침해 사건이라는 점에서 책임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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