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침수의 주요원인... '쓰레기로 가득찬 빗물받이'
기존 빗물받이, 지속적 청소 어려워...'투수성 지면' 시스템 만들어야
땅 곳곳에 우수 침투하는 시스템→ 빗물받이 저장→ '대심도 빗물 터널' 등에 저장·배출하는 방식으로 문제점 해결
[더팩트ㅣ이효균 기자] 지난 8일 8일, 서울 지역은 하루 동안 380mm의 비가 쏟아지며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이 기후 재난으로 중부지방에서는 10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했고, 반지하에 살던 세 모녀가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상습 침수 또는 침수우려구역'을 대상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관련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수해대책을 수립·시행 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효성 여부는 조금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내년 여름 '장마 시즌'이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지난 여름 같은 일이 또 일어나기 전, 우리에게 필요한 수해대책은 무엇인지 <탐사보도팀>이 짚어 봤습니다.
도로를 걷다가 보이는 빗물받이.
지난 여름 유례없는 물난리를 겪었지만 도심 빗물받이는 여전히 담배꽁초와 온갖 쓰레기로 입구가 꽉 막혀 있습니다. 빗물받이는 강우가 발생하였을 때 빗물을 가장 처음 처리하는 시설물이며 주거단지와 도로 등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재 도심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강우시 이물질(쓰레기)을 같이 배출하는 방식으로, 그레이팅 상부면이 막히면 우수 배관으로 배출시키지 못하고 역류해 침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렇게 상부면이 막혀버리면 대안이 없습니다. 쓰레기가 쌓인 노후된 배수시설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해 기존에 반복되던 도심 침수가 또 일어나는 것입니다.
지난 8월 강남지역 침수피해의 원인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빗물받이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12일에도 낙엽이 빗물받이 입구를 막아 물이 빠지지 않아서 도로가 물에 잠기거나, 나무가 쓰러지면서 고압선을 건드려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막힌 빗물받이의 올바른 순환을 위해서는 상부면의 이물질을 수시로 제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매일 청소한다는 것은 환경미화원의 인력구조상 어려운 일입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도시청결팀 정규환 팀장: 며칠 전에 물이 잠겼잖아요. 저희가 예상을 하고 자치구의 환경미화원들 근무 대기를 한 거예요. 빠르게 대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밤 새벽에 모든 인원이 다 있을 수는 없잖아요. 미처 못한 부분 때문에 한 3개 자치구에 일부 구간이 좀 침수됐던 부분이 있는 거죠. 낙엽이 빗물받이를 막아 가지고 도로가 침수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고...]
또 제일 중요한 문제는 도심의 녹지면적 감소와 불투수면적 증가, 아스팔트 증가로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배수시설을 통해서만 처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기존에 설치된 빗물받이의 1차원적인 시스템에서 벗어나 표면수, 침투수, 지하면에 포화된 침투수를 집수해 배수를 시키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이도균 교수: 집수정(빗물받이)이 전선으로 치면 최전방에 있는 애들이거든요. 얘네들이 최전방에서 막혀버리면 대수 터널까지 가기 전에 도달할 수 없다 보니까. 이중 배수 시스템이라든지 아니면 모듈 타입으로 된 이런 집수정 같은 경우들을 최전방에 잘 유지 관리될 수 있게끔 설치를 하는 게 우선적이고, 주변으로 보도 블록 같은 경우는 투수 블록 같은 것들로 설치를 해서 조류까지 완벽하게 시스템이 갖춰져야 나중에 그 부분에서 어느 정도 완충 작용을 하면서 대수 터널까지 갈 수 있는 그런 문제를...
터널 하나 설치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아요. 좀 더 물론 근본적인 큰 시스템이다 보니까 기대를 많이 할 수도 있는데. 실제 일어나는 것들은 저희 길가에서 일어나는 것들이잖아요.]
오세훈 서울시장은 '도심 물난리'가 난 이틀 후인 8월 10일, 서울시내 상습침수지역 6곳에 시간당 110mm 폭우를 감당할 수 있는 '대심도 빗물 터널(지하 40~50m 아래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시 빗물을 보관하고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 건설을 11년 만에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방재성능목표’를 10년 만에 상향하고 특히 침수에 취약한 강남역‧광화문‧도림천 일대 3개소에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기로 한 만큼, 초기 우수처리 시스템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대심도 빗물 터널'에 빗물이 흘러들어갈수 있도록 하려면 그레이팅이 막히더라도 보도블럭을 통한 빗물 배출이 가능하고, 보도블럭 아래 모래층에 빗물을 저장시켜 지연 배출도 가능하도록 하는 '이중배수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몸속 여러곳에 있는 혈관의 내부가 막힘없이 피를 제대로 흘려 심장까지 도달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도시환경관리업체 관계자: 우리나라가 제일 문제가 뭐냐면 초기 우수 처리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대심도 저류조, 저류조, 저류지 이런 쪽에만 집중하거든요. 근데 초기에 발생된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면 이런 것들이 역할을 못한다는 거죠. 그 역할에 가장 기본적인 게 초기 우수 처리예요. 그게 빗물받이 얘기를 하는 거죠. 지금처럼 불투수 면적이 많은 상태에서는 1차원 방식은 쓰레기나 낙엽이 다 거기로 몰리기 때문에 역할을 제대로 못 한다라는 거죠. 그래서 표면 1차원적 집수정에 이물질도 안 들어가고 양질의 빗물을 배출할 수 있는 형태의 2차원적 배출 방식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초기 오수처리 시스템을 정비한다면 이에 따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1) 빗물받이 배수면적을 산정 (얼마의 면적에 얼마의 빗물을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기준을 만들어 관리해야 하며
2) 불투수 포장을 투수성 포장으로 교체하여 저류 후 배출해야 합니다.
3) 투수성 포장을 사용하여 지연 배출을 유도하고 이물질도 배제하여 배출 시켜야 합니다. (강우시 하천 유입 미처리 하수의 관리 본격화, 『하수도법』 제19조제 3항, 『하수도법』 시행규칙 제11조).
4) 표면으로 배출하는 배출방식을 침투시켜 배출하는 방식으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배수관, 대심도 빗물 저류배수시설, 저류지, 저류조 등의 배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강우의 1차 집수시설인 '빗물받이'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처음에 배출을 못 시키면 다음 시설물들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현재 관계부처와 지자체들은 도시화 및 기후변화 대응을 기존 우수배수시설의 정비 및 증설하는 구조적 대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배출량에 대한 근본적 대응 부족 및 전통적인 배수방식 위주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은 문제점으로 보여집니다.
기존 배수방식(노면배출) 보다 침수 위험을 저감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고, 도시화 및 집중호우에 대응하여 빗물을 적절히 저류시키고 배출하는 기술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비가 그치면 수해대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설을 사실로 확인 시키면 안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과 장기적 투자가 지속돼야 다가오는 여름 침수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탐사보도팀=이효균·배정한·이덕인·윤웅 기자>
anypic@tf.co.kr
탐사보도팀 jeb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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