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속행공판
"원전 10기 몰린 지역 조기폐쇄는 당연"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업무를 담당했던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사용후 핵연료 문제나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선투자 비용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정부가 고의로 경제성 평가를 낮추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2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 4명의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 씨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변호인은 2018년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이미 포화 시점에 이르러 마땅한 대책이 없다면 월성 원전 1·4호기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는 언론 보도를 제시하며 이 같은 여론이 평가에 반영됐는지 물었다. A 씨는 "수치화하지 못해 비용 측면에서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변호인은 또 '월성 1호기 수명 연장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한수원의 선투자 비용 5900억 원이 경제성 평가에 고려됐느냐'고 물었다. A 씨는 "매몰 비용으로 포함됐다면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나올 리 없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월성 원전 1호기는 수명연장을 놓고 소송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원은 1·2심에서 인근 주민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운영 변경 허가 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각하했다.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손해 비용이 73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일본경제연구센터 추정치도 평가에 고려했냐는 질문에도 A 씨는 "논의는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입법화가 이뤄지지 못해 비용 측면에 반영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변호인은 산업부가 검찰 주장처럼 고의로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를 낮추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의도가 있었다면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나 한수원의 선투자 비용 등을 평가에 반영했을 것이라는 논리다.
A 씨는 또 이날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국정 과제로 채택한 이유를 놓고 "일본 후쿠시마 사고에 이어 2016년 9월 경주 대지진 이후 주민들의 공포가 상상을 초월했다"라며 "500만 인구가 사는 곳에 10기가 넘는 원전이 몰려 있는 곳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정책 과제 대상이 된 건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원전 폐쇄라는 국정 과제를 위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를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공소사실과는 다소 어긋나는 증언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A 씨는 이 사건 관련 문건을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판부는 이달 29일 오전 10시 A 씨에 대한 마지막 증인신문을 진행할 방침이다.
백 전 장관은 2017년 11월 채 전 비서관 등과 공모해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원한다는 취지의 '의향서'를 제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8년 6월 한수원이 이사회 의결을 거쳐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도 한수원에 조기 폐쇄 의향이 담긴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정재훈 당시 한수원 사장도 백 전 장관 지시를 받고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일부러 낮춰 한수원에 1400억여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이들과 함께 재판받고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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