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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지하철도 무서워”…참사 트라우마 전국민 확산

  • 사회 | 2022-11-03 00:00

전문가 “반복된 사고 영상 노출…전국민에 번질 수도”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물론 무분별하게 노출된 사고 영상을 접한 사람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물론 무분별하게 노출된 사고 영상을 접한 사람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아직도 바로 앞에서 이런 대참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 너무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쇼크였다."

지난달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있던 조모(28) 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것조차 극도로 조심스러워 했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를 직접 목격한 사람들은 물론 무분별하게 노출된 사고 영상을 접한 사람들도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8년 만에 겪는 초대형 참사가 SNS 등 인터넷상에 실시간으로 퍼지면서 사고 현장에 있지 않고도 트라우마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사고 장면을 SNS 영상으로 접했다는 유모(32) 씨는 "SNS를 통해 퍼진 영상을 보고 그날 아예 잠에 들지 못했다"며 "내가 사고 현장에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차별적으로 퍼진 사고 영상과 뉴스를 보면서 계속 두려움이 밀려왔다"고 전했다.

사고 사진과 영상을 봤다는 박모(35) 씨도 "참사 소식을 접한 뒤 구급차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며 "출근길에 사람들이 꽉 찬 지하철을 타는 것도 무섭게 느껴져서 일부러 타지 않고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참사 당시 SNS에는 사고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과 사진이 계속 쏟아져 나왔다. 희생자들의 시신이 눕혀져 있는 모습, 구급대원과 경찰, 일반인들이 다급하게 심폐소생술을 하는 모습 등이 그대로 노출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각 1일 "사고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직접 올린 영상과 사진은 온라인상에 여과 없이 퍼져나가 영상 속 사람들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나왔다"며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상에 퍼진 사고 영상에 지속적으로 노출이 될 경우 관련된 트라우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고 영상에 반복 노출되는 경우 충분히 트라우마를 받을 수 있고 이 대상은 전국민이 될 수 있다"며 "참사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피해자들이 1차적인 트라우마 당사자이지만 사고 영상을 접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 국민이 트라우마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면 애도 기간을 갖는 등 위로와 공감을 나누고 연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특히 아이들의 경우 트라우마에 더욱 취약하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상실반응을 회피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아이들의 경우 사고 영상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이고 부모가 아이들의 시선에서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뉴시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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