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현장 곳곳에 추모 글귀…"하늘에서 꽃 피우길"
[더팩트ㅣ김이현 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주변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고가 난 골목 인근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울타리는 각종 추모글과 조화로 둘러싸였고, 케이크와 커피, 술 등 청년들이 좋아할 법한 음식도 놓여있다.
포스트잇에 적어 붙인 추모 메시지는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젊은이를 애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혼자 살아남아서 미안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놀아서 행복했다', '하늘에서 꽃 피우길'이라는 글귀 등이 눈에 띈다.
사고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골목 곳곳에도 꽃과 함께 추모 글귀가 적혀있다. 2일 오후 한 상가 앞에는 나란히 놓인 잔에 술이 채워져 있었고, 밥과 반찬 등 마지막 한 끼가 차려져 있기도 했다.
시민들은 희생자를 애도하기 위해 참사 현장을 찾았다. 차영숙(60) 씨는 "저 좁은 골목에서 150명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허망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마음이 계속 답답하다"고 했다.
울고 있던 한 여성(25)은 현장 경찰관에게 양해를 구해 참사 현장 앞에서 절을 올렸다. 그리고는 떠는 손을 부여잡고 준비한 소주를 종이컵에 따라 희생된 친구의 넋을 기렸다.
그는 "매년 핼러윈 축제에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일본 출장과 겹쳐 오지 못했다. 출장을 안 갔다면 당연히 이태원에 있었을 것"이라며 "내가 됐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 무섭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도 너무 부끄럽고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갑인 친구는 영국에서 대학을 나와 의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디엠(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사고 소식을 듣고 바로 한국에 들어왔다"며 "실감이 안 난다. 마지막으로 주는 술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추모 글귀를 한참 바라보던 대학생 이모(21) 씨는 "(사고 당일) 경찰에 연락했을 때 제대로 통제만 됐더라도 이렇게까지는 안 됐을 것"이라며 "정말 화가 나는데, 너무 슬프기도 하니까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날 새벽부터 추모 현장 쓰레기를 치우는 등 자원봉사에 나선 60대 강모 씨는 "새벽에 와 보니 음식과 술 등으로 어지럽혀져 있었다"며 "추모가 잘 되게끔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강 씨와 함께 자원봉사에 나선 시민 2명은 인도까지 이어진 조화를 옮겨 밟히지 않도록 했다.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녹사평역 광장에도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60대 문모 씨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진심으로 애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화한 뒤 오랜 시간 묵념하던 27살 김모 씨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그는 "저보다 동생이나 또래들일 텐데, 너무 많이 사라져 갔다는 기분이 든다"며 "우울함 자체를 떨칠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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