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건립추진단 근무 중 식사 후 심정지…"과로와 스트레스로 건강 악화"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추진단에 파견돼 근무 중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법원이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초과근로시간이 많지 않다며 공무상 사망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출퇴근 시간만으로 근무시간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봤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정상규 부장판사)는 공무원 A 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순직유족급여 불승인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9년 12월 임정기념관 건립 추진단에 파견돼 업무를 수행해왔다. 이듬해 4월 동료와 점심식사를 한 뒤 산책을 하던 중 심정지로 쓰러져 같은 해 5월 사망했다.
A 씨의 유족은 A 씨의 사망이 공무상 사망에 해당한다며 인사혁신처에 순직유족급여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인사혁신처는 "A 씨의 업무내역에 일상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업무가 지속적·집중적으로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했다.
이에 유족은 인사혁신처의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이 사건 추진단에서 진행하는 사업의 핵심인 건축·토목·조경 관련 업무를 홀로 담당했고, 심정지로 쓰러질 무렵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등 주요 인사가 참석하는 기념관 기공식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며 "A 씨는 흡연이나 음주를 전혀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등 평소 건강관리에 힘써왔지만 공무 수행에 따른 과로 및 스트레스로 사망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사혁신처 측은 A 씨의 초과근무시간이 심정지 발생 전 6개월 동안 43일, 합계 80시간에 불과해 과로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씨가 과거 심혈관 치료를 받은 전력이 있고 심정지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들었다. A 씨가 개인적 질환으로 사망했다는 취지다.
법원은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A 씨의 사망을 순직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의 담당 업무 특성상 퇴근 이후나 휴일에도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건설현장과 관련한 업무를 처리해온 것으로 보인다. 정부 복무관리 시스템에 기록된 출퇴근 시간만으로 A 씨의 실질적인 업무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라며 인사혁신처 측 주장을 배척했다. A 씨가 심혈관 관련 지병이 있었다는 주장도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고 꾸준하게 운동을 하는 등 건강관리를 위해 노력해 온 정황에 비춰 기존 심혈관 질환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목표 준공시점까지 여유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 사건 기념관 건립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 건설현장 관계자, 인·허가 담당자 등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광범위한 업무를 수행하해 상당한 양의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했다"며 "A 씨의 공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상황과 평소 건강상태 등을 종합하면, A 씨의 기존 질병인 심뇌혈관 질환이 과로 및 스트레스로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됐고, 그에 따라 발생한 심정지로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했다.
인사혁신처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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