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시스템 위협해 거액 횡령…죄질 무겁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회삿돈 614억 원 상당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우리은행 직원 형제가 1심에서 징역 10~1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혐의로 구속 기소된 우리은행 직원 전모 씨와 동생에게 각각 징역 13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인당 323억 7000만 원씩 모두 647억여 원을 추징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유죄로 인정된 횡령 액수는 614억 원이지만, 외국으로 빼돌린 50억 원을 추징액에 포함하면서 유죄로 인정된 횡령 액수(614억 원) 보다 추징 금액이 더 많아졌다. 가족 등에게 흘러가 별도로 환수 조치가 이뤄질 금액은 추징액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회사 시스템 자체를 위협하고 614억 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한 죄질이 무겁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신뢰 손실이라는 무형적 피해를 초래했고 은행과 합의하지 못해 피해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엄중한 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면서 자수한 점, 동종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 본점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하던 전 씨는 2012년 10월∼2018년 6월 회삿돈 약 614억 원을 빼돌려 주가지수옵션 거래 등에 쓴 혐의로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돈을 인출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혐의, 동생과 공모해 횡령금 일부를 해외 페이퍼컴퍼니 계좌로 빼돌린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전 씨 형제가 부모와 지인 등 24명에게 모두 189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했다.
22일 선고를 앞두고 검찰은 93억 2000만 원 상당의 횡령액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공소장 변경과 변론 재개를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범행 방법이 다르고 특정돼 있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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