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나침반'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박준희 경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살인 사건 피해자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반면 피의자는 어떤 말을 해도 진실인지 따져봐야 합니다. 저희 프로파일러는 피해자의 억울한 한을 풀기 위해 일합니다."
<더팩트>가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만난 박준희(38) 경사는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 6년 활동을 돌아보며 '피해자 우선주의'를 다시 한 번 다짐했다. 2016년 입직한 박 경사는 광주와 서울에서 각 3년씩 현장분석요원과 범죄분석관으로 일했다.
서울경찰청 과학수사과 범죄분석팀에는 프로파일러 4명이 소속됐다. 이외 시·도경찰청에는 1~2명의 프로파일러가 배치된다. 업무가 몰릴 때는 벅차기도 하지만 선배·동료들과 함께 성장하는 보람도 크다.
박 경사는 입직 전인 2007년 말 동네에서 발생한 한 살인 사건을 경험했다. 주변인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프로파일러가 투입되고, 추후 진범이 검거된 사건이었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경찰이 되고 싶다는 의지를 다진 계기였다.
프로파일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면서까지 피의자(피고인)의 혐의를 알리는 역할을 한다. 피의자 검거 전에 투입돼 현장에서 단서를 분석하고, 후에는 범행의 동기와 구체적인 혐의를 파악한다.
강력 사건이 주 업무이기는 하지만 연쇄 차량털이 사건의 다음 범행지를 지목해내는 일도 프로파일러의 영역이다. 강간 사건에서는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진술 밖에 없기 때문에 신빙성을 따지는 역할도 한다.
박 경사가 생각하는 프로파일러는 '수사의 나침반'이다. 수사팀이 피의자의 혐의 입증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 결정적인 증거와 진술을 확보해 방향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선배들의 조언 때문이라고 한다.
'수사팀이 길을 찾지 못할 때 안내해 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라는 한 프로파일러 선배의 가르침은 그의 머릿 속에 아로새겨졌다. 박 경사는 "유죄 판결이 확정되기 전은 끝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적어도 재판에 넘길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가장 즐거운 순간은 분석한 보고서를 형사들에게 넘겨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을 때다. 박 경사는 "수사팀은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방대만 양의 자료를 갖고 있어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리해주고 엉킨 것을 풀어주면 속도가 붙기도 한다"고 했다.
박 경사가 프로파일러로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은 역시 첫 사건이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도 않은 10대 남성이 한 아파트에 침입해 가정주부를 살해했다. '범인의 시각'에서 사건을 들여다보니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다.
현장에서 범인의 동선을 쫓던 중 주방 서랍을 열어보니 칼이 있었고 범인의 지문이 발견됐다. 운이 좋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은 피의자가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조사를 받으며 지문이 등록돼 검거로 이어졌다.
근무하면서 아쉬움은 있을 수밖에 없다. 좀 더 완벽한 보고서를 작성하지 못 했다는 후회다. 박 경사는 "선배들을 보면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며 "경험이 쌓이면 더욱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경사는 선배들이 걸어온 것처럼 오늘도 '피해자'만 생각한다. 그는 "정말 힘들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늘 피해자만 생각하자'며 늘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는 선배 프로파일러의 말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생활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오직 피해자'라는 생각만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업무적이나 그 외적으로도 힘들 때가 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만을 생각하며 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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